인간이라는 직업이 주는 고통을 성찰하다
뇌성마비 이겨낸 프랑스 철학자 저술 번역 출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2 13:48:20
인간이라는 직업이 주는 고통을 성찰하다
뇌성마비 이겨낸 프랑스 철학자 저술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뇌성마비를 안고 태어나 17년간 요양 시설을 전전해야 했던 프랑스인 알렉상드르 졸리앵(40)은 '철학자'다.
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거쳤다. 1999년 펴낸 첫 저술 '약자의 찬가'는 프랑스 몽티용 문학철학상과 아카데미프랑세즈가 수여하는 모타르상을 수상했다. 이후에도 여러 저술을 통해 유럽에서는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졸리앵은 5년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접한 '선'(禪)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예수회 신부인 서명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를 스승으로 삼아 한국에 왔고, 서울에서 불교와 가톨릭의 수행을 함께하고 있다.
그의 2013년 저술 '인간이라는 직업: 고통에 대한 숙고'가 문학동네를 통해 번역 출간됐다.
책은 자신의 내면 밑바닥까지 파고들어가 인간으로서의 '자기'를 재발견하는 저자의 치열한 사유 과정을 담고 있다.
"실존은 투쟁에서 나온다는 것, 그걸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장애'를 정면으로 대하는 저자의 사유는 첫 출발부터 날을 세운다.
공동생활에의 적응 과정 자체가 그에겐 지난한 전투였다. 그를 구원한 건 한 인연이었다. 인생의 황혼녘에 이른 한 교리 담당 사제가 그를 철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렇게 그는 보다 행복한 지평을 향해 똑바로 서서 방향을 유지하는 기술을 배웠다. 고통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깨달음이기에 그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아무리 망가진 몸이라 해도 몸은 신비요, 경이요, 삶의 도구다."
"비교하지 말라." 모든 인간에게 몸은 실존의 조건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은 대상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다. 아무리 타인의 몸을 탐한다 한들 타인의 몸이 내 것이 될 수 없다. 비교가 아닌 극복이 삶의 과제임을 저자는 웅변적으로 일깨운다.
저자는 나아가 편견과 환상, 혼란스럽게 하는 감정, 내밀한 상처 등 우리의 내면 여행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라고 말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저자에게 이 말은 "살인적"이다. 역설적으로 그는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기보다 고통의 감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때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고 가르친다.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를 읽어본 이들에게라면 그 깨달음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는 무의미한 삶의 이러저러한 사건들 속에서 의미를 찾게 해주는 건 결국 치열한 사유의 힘에 있다는 깨달음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아무리 힘든 과정에 처했을지라도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이는 남들의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 싸우는 전투를 거쳐, 또 이와 동시에 남을 돌보는 연대의 의식에서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삶을 위해 투쟁하는 것. 경멸 속에 푹 잠겨 절어버리지 않는 것. 우리 조건의 수많은 소소한 기쁨들에 의지하는 것. 이는 지속적인 참여와 함께 사회에 새로운 시선을 던지고자 하는 경쾌함을 요구한다."
임희근 옮김. 문학동네. 132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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