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촬영 댄지거 "사람은 다 똑같아…한쪽선 시간 멈췄을뿐"

서울시립미술관 '북한 프로젝트' 참여 영국 사진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1 18:09:50

△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2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북한 프로젝트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닉 댄지거(오른쪽).

북한촬영 댄지거 "사람은 다 똑같아…한쪽선 시간 멈췄을뿐"

서울시립미술관 '북한 프로젝트' 참여 영국 사진가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고려호텔에서 바라본 평양의 새벽, 지하철 안 어린이들, 아리랑축전을 연습하는 무용수, 여성 미용실 모습….

영국 사진작가 닉 댄지거(57)는 2013년 동료 작가 로리 맥린과 2013년 북한을 방문해 3주간을 보냈다.

그 결과물로 평양을 비롯해 남포, 원산, 사리원 등 북한지역을 여행하며 주민과 이야기를 나눴고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댄지거는 서울시립미술관이 광복 70주년 기념전으로 21일부터 시작한 '북한 프로젝트' 참여 작가 중 한 명이다.

북한 프로젝트는 북한 유화 52점, 포스터 80점, 우표 249점 등을 전시하고 2010년 이후 북한의 최근 모습을 담은 외국 사진가들의 작품, 국내외 미술가 7명이 북한을 주제로 그린 작품 등을 선보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댄지거는 북한에서 사진을 자유롭게 찍었느냐는 질문에 "매일 동행자가 있었으며 촬영과정에서 전투를 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들도 나를 어떻게 봐야할지 당황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에서 원하는 장소를 자신은 거절했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원하는 걸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댄지거가 촬영한 사진 속에서 평양 지하철 객차 속 어린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고, 한 리조트 인근 해변에선 남성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물론 북한 체제와 관련된 구호가 적힌 벽화, 김일성·김정일 배지 등도 보인다.

그는 "북한에선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는 걸로 알려졌지만 내가 다가가면 좋아하고 반가워하고 음식물도 권하더라"며 "사진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외국에 호기심을 보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북한은 고립된 곳"이라면서도 "만약 지금 그곳에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분명히 38선 위에는 뭐가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무엇이 있다기보다는 사람은 다 똑같더라.한쪽에선 시간이 멈춰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댄지거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과 담당 큐레이터에게 "정말 용기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다음에는 평양에서 전시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모습을 촬영한 사진 외에도 이번 전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북한 미술도 접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먼저 북한 유화에 대해선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이념과 사상의 변화 그리고 조선화와의 관계 속에서 읽어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전시작 중에선 한 가정의 일상적 모습으로 보이는 장면, 농·어업 종사자의 일하는 모습, 스포츠 경기 장면, 눈 내린 거리 풍경 등도 보인다. 색채는 전반적으로 밝고 가볍다.

미술관 관계자는 "사실주의적인 내용을 이상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체제 선전을 통해 긍지를 갖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북한 포스터에 대해선 "주로 북한 주민을 계도하고 정치적이고 사회적 선전을 목적으로 제작돼 왔다"며 "경제 개발, 선거 독려, 농촌개발, 산림보호 등 북한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 사회주의 체제의 강조 등 북한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 담겨 있다"고 부연한다.

전시된 북한 우표는 그 조그만 크기에 반비례하는 호기심을 관람객에게 불러일으킨다.

가만히 살펴보면 문익점, 을지문덕, 안중근 등 인물을 나타낸 것도 있고 금강산, 백두산, 독도의 자연이나 생태환경을 보여주는 우표도 있다.







북한은 세계적인 우표 생산국 중 하나로, 우표는 어떤 매체보다 작은 도안 속에 이데올로기가 응축돼 있는 선전 도구이자 사회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미술관은 설명한다.

유화는 네덜란드의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이고, 포스터는 네덜란드 빔 반 데어 비즐 컬렉션이다. 우표는 한국의 신동혁 컬렉션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선 탈북 피아니스트와 남한 피아니스트가 만나 음악적 대화와 협의 과정을 거쳐 함께 연주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소정의 '먼저 온 미래',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비무장지대(DMZ)를 소재로 한 권하윤의 '489년', 탈북 작가 선무(가명)의 설치와 평면 작품 등도 선보인다.

전시는 9월29일까지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