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푸드 사라진 학교매점서 경제공동체 배운다
용인 흥덕고 매점 '흥덕쿱'…"우물터이자 배움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21 17:21:46
△ 학교매점 협동조합 '흥덕쿱'
(용인=연합뉴스) 21일 개소식을 한 경기도 용인 흥덕고등학교 내 매점 '흥덕쿱'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흥덕쿱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출자해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학교매점 협동조합이다.
정크푸드 사라진 학교매점서 경제공동체 배운다
용인 흥덕고 매점 '흥덕쿱'…"우물터이자 배움터"
(용인=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우리 학교 매점은 쉬는 시간에 쮸쮸바(튜브형 아이스크림) 안 판데." "그건 쉬는 시간에 10분 안에 쮸쮸바를 다 못 먹어서 수업에 방해될까봐 안 판다더라."
"그래도 먹고 싶다. 나는 3분 안에 먹을 수 있는데…"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사먹으면 되지."
용인 흥덕고등학교 다목적관 4층 매점 '흥덕쿱'에는 이런 대화체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매점 앞 메뉴판을 쳐다보니 '우리밀아이스(쮸쮸바)'라는 품목이 최상단에 걸려 있다. 학생들의 기호와 건강을 동시에 고려한 친환경 먹거리인 셈이다.
언뜻 보면 평범한 데이크아웃형 매점인 듯하지만 흥덕쿱은 4년여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탄생한 학교협동조합이다.
2010년 혁신학교로 지정된 흥덕고는 이듬해부터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이 뜻을 모아 매점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질 낮은 정크푸드(junk food)를 추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학교매점 협동조합 설립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생소한 영역에서 불분명한 인허가 체계로 도와주는 곳이 없었다. 그 사이 재학생은 졸업생이 되고 또다시 새로운 학생,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야 했다.
2012년에는 입찰로 매점 운영을 위탁하고 학부모들이 모니터링한 끝에 다시 협동조합 설립을 결심했다. 그래도 시행착오는 반복됐다.
2013년 첫 총회를 개최하고 두 차례 더 총회를 열고서야 올해 4월 문을 열 수 있었다. 지난 2월 교육부 인가, 3월 설립 등기까지 거쳤다.
10㎡ 정도 공간의 흥덕쿱에는 우리밀 스낵, 유기농 과자와 빵, 천연과즙 음료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대신 그 흔한 탄산음료나 컵라면, 즉석조리 식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문구류 중에는 독도사랑 지우개도 있다.
학교협동조합 학생이사 3학년 김명지 양은 "착색이나 착향된 인스턴트 식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며 "처음엔 이질감이 있었는데 친환경제품이어서 깔금하고 담백한 맛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흥덕쿱은 또 다른 교육의 공간이다. 판매품목 선택, 인테리어 디자인, 운영방식 결정 등에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이 참여한다. 매점 명칭과 로고 역시 학생 공모를 통해 결정됐고 매점을 통해 가정, 미술, 국어 등 다양한 과목의 연계 활동이 이뤄진다.
교직원 이사인 곽현주 교사는 "경제교육과 진로교육, 교과별 통합교육의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462명의 출자자를 보면 학생이 275명으로 가장 많다. 학생과 학부모 40여명은 사랑방 동아리를 구성해 번갈아 판매와 운영, 청소 등을 돕는다.
흥덕쿱에 대한 소논문을 발표한 학생 3명은 이를 토대로 경영, 교육, 경제 분야로 진로를 결정했다.
자녀가 재학생일 때 시작해 이제 졸업생 학부모가 된 박은진 흥덕쿱 이사장은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협동과 공동체적 삶의 철학과 가치를 나누며 교육적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며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소통하는 우물터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21일 흥덕고를 방문한 이재정 교육감은 "협동조합(Coop)의 가치는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성과 함께하는 일하는 협력"이라며 "자본주의 시대에 새로운 교육공동체 모델"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앞으로 흥덕쿱 수익금은 바른 먹거리 교육사업을 비롯해 모두 학생 복지를 위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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