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짐의 미학'…파격 홍보 시도한 이화여대

영화·뮤비 패러디한 영상 인기…외주 아닌 재학생들이 직접 제작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9 07:31:01


'망가짐의 미학'…파격 홍보 시도한 이화여대

영화·뮤비 패러디한 영상 인기…외주 아닌 재학생들이 직접 제작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지난달 서울의 한 고등학교. 학교 홍보차 이곳을 찾은 이화여대 관계자들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영상 한 편을 상영했다.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나오다 제목이 나오자 이내 폭소가 터졌다.

'킹스우먼:시크릿 이화'(Kingswoman:The Secret Ewha). 올해 초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The Secret Agent)의 패러디물이었다.

영화 킹스맨의 설정을 빌려 이대생의 학교생활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올해 5월부터 학교 홍보용으로 쓰고 있던 영상이었다.

이화여대가 재학생들에게 제작을 맡겨 만든 학교 홍보물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업체가 홍보 영상을 제작해왔었다.



'공부만 하느라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다는' 이대를 지망한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놀림당하던 한 여고생이 이대생의 도움으로 자신도 킹스우먼, 즉 이대생으로 거듭난다는 줄거리다.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내는 기발한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했다.

원작의 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매너가 이화를 만든다'로 바뀌었다. 원작 속 특수요원 콜린 퍼스처럼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이대생은 정장 대신 이대 점퍼를 입고 우산을 들고 등장한다.

'킹스우먼'은 학교 방송동아리 '이화TV' 소속 재학생 4명이 3월 말 입학처의 의뢰로 한 달가량 직접 출연까지 하면서 제작했다. 학교 측은 시나리오부터 출연자 섭외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에게 일임하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학교 관계자는 19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일선 고교 입학설명회에서 이 영상만 틀면 행사장 밖의 학생들까지 몰려들 만큼 반응이 좋아 놀랐다"며 "이런 시도를 좀 더 일찍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13일 유튜브에 공개한 또 다른 홍보 영상 '업타운 펑크'(Uptown Funk)도 금세 조회 수 4천 건을 넘어서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동명 뮤직비디오의 패러디로, 이 역시 '킹스우먼' 제작진이 만들고 직접 출연했다.

뮤직비디오 속 학생들은 캠퍼스 곳곳을 옮겨다니며 춤을 추며 학교를 소개한다. 중년 교수들까지 합세해 다소 뻣뻣한 동작이지만 댄스로 '망가짐'을 불사한다.



제작에 참여한 백승엽(24·방송영상 4학년)씨는 "고교생이 볼 영상이어서 유쾌한 분위기 연출이 최대 과제였다"며 "학교 측에서 전적으로 작업을 맡겨 부담이 컸지만 우리 작품을 외부에 선보일 좋은 기회여서 즐겁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킹스우먼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학교는 1억원 이상을 들여 외주제작한 공식 홍보 영상보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이 영상들이 수험생에게는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 망가질 것 같은' 이대생들이 과감하게 '민낯'을 드러낸 파격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남궁곤 입학처장은 "대학을 심각한 거대담론과 연관짓지 않고 수험생이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유쾌하게 다뤘기 때문일 것"이라며 "여대생이 망가졌다는 말을 들을 만큼 과감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교직원에게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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