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호소…"나치대원 감옥 대신 강단 보내야"

"독일 학생들에 강의 통해 아우슈비치 증언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7 21:14:50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호소…"나치대원 감옥 대신 강단 보내야"

"독일 학생들에 강의 통해 아우슈비치 증언해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나치 친위대원 출신 90대에 대한 80대 유대인 피해자의 특별한 용서가 독일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17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에바 모제스 코르(84)는 오스카 그뢰닝(94)이 법원에서 4년형을 선고받자 크게 반발했다.

코르는 "유죄가 맞지만 징역형은 말도 안 된다"며 "그뢰닝을 감옥에 보내는 대신 독일 학생들에게 강의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감옥에 있으면 그냥 썩어버리겠지만 강의를 다닌다면 학생들에게 아우슈비치를 증언하고 경험을 되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간청했다.



그뢰닝은 나치 정권이 운영한 유대인 집단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서 1942년부터 1944년까지 근무하면서 30만명이 학살되도록 방조한 죄가 인정됐다.

그는 유대인들이 수용소에 도착하면 유가증권과 같은 금품을 압수해 나치 본부로 보내 '아우슈비츠의 장부 관리인'으로 불렸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기획하거나 가스실 운영에 개입하지 않은 단순 가담자로 분류돼 기소를 피해오다가 최근 분위기가 바뀌어 70여년 만에 법정에 끌려 나왔다.

그뢰닝은 자신은 큰 기계의 톱니바퀴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아우슈비츠를 증언하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선고 공판에서 "아우슈비츠에 가담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더 일찍 일관되게 진실을 깨닫지 못해 진심으로 후회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공판에 나선 피해자 70명 가운데 한 명인 모제스의 탄원은 유대인 학살을 증언하고 싶다는 그뢰닝의 소망과 연결되는 일종의 용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뢰닝과 코르는 나중에 법정에서 화해의 눈물을 쏟으며 서로 껴안는 장면을 보여 독일 언론을 크게 장식했다.

코르는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일을 증언하겠다는 의지가 고맙다는 말에 그뢰닝이 나를 껴안고 키스했다"며 "좋은 형태의 표현이었고 나도 기뻤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피해자 가운데 소수는 코르가 그뢰닝을 용서했다는 말을 꺼내자 오랜 세월 품어온 한을 삭이지 못한 듯 불쾌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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