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이슬람 대통령이?…우엘벡 화제작 '복종' 출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7 09:58:18
프랑스에 이슬람 대통령이?…우엘벡 화제작 '복종' 출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올해 1월7일 프랑스 파리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혼돈에 빠졌다.
풍자 전문 주간지로 불리는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나체로 묘사하는 등 도발적인 만평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테러 당일 자로 발간된 샤를리 에브도 표지에는 소설가 미셸 우엘벡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의 캐리커처와 함께 "2015년, 나는 이가 빠질 것이다…. 2022년, 나는 라마단에 금식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슬람 정당이 프랑스 집권당이 된 모습을 그린 그의 화제작 '복종' 이야기다. 주간지 13면에는 우엘벡의 친구이자 경제학자인 베르나르 마리스가 쓴 '복종'의 서평이 실렸다. 마리스는 이 테러로 희생됐다.
'복종'은 출간 전부터 자극적인 소재가 알려지면서 프랑스 사회에 논란을 낳았다.
작품은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랑스 사회를 그려 보인다.
대선 1차 투표에서 프랑스 양대 정당인 대중운동연합과 사회당이 패배하고,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과 이슬람 정당이 결선에 오른다. 극우 정권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다른 정당들이 이슬람 정당과 연합하면서 프랑스 사상 초유의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
이슬람 정권이 자리 잡자 프랑스에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정교분리 원칙이 깨지고 공립학교는 이슬람 학교로 바뀐다. 여학생은 베일을 쓰게 된다.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면서 여성은 점차 가정에 편입된다. 이민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하지만 소설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슬람 사회로 변해가는 프랑스의 모습이 아니라 화자인 대학교수 프랑수아의 삶과 세계관이다.
프랑수아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오로지 새 여성과 섹스하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 프랑수아가 고민하는 순간은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교수직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왔을 때뿐이다.
처음에 개종을 거부하던 프랑수아는 서서히 설득된다. 이슬람교를 믿으면 일부다처제를 누릴 수 있다는 점만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소설은 프랑수아가 개종을 "두 번째 삶의 기회"라고 기대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조금은 이런 식으로 몇 년 전에 내 아버지가 혜택을 입었듯,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었다. 그것은 이전의 삶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두 번째 삶의 기회가 되리라.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
문학동네를 통해 국내에 번역·출간된 '복종'은 먼 미래를 그리면서도 사실은 오늘날의 실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지 오웰의 '1984',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나란히 비교됐다.
우엘벡은 정교분리와 가톨릭, 민주주의 등 서구 사회를 이끌어온 패러다임이 오로지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완전히 뒤집히는 미래상을 그럴듯하게 보여준다.
'복종'은 표면적으로는 이슬람에 대한 복종, 신에 대한 복종, 남성에 대한 여성의 복종 등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바라보는 지점에 따라 권력과 자본, 운명, 충동에 대한 복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엘벡은 한 인터뷰에서 "'복종'은 이슬람 혐오주의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원한다면, 우리에게는 이슬람 혐오주의 작품을 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소미 옮김. 376쪽. 1만4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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