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초등학교 설립한 조성수 씨…한인으론 처음

개교 4년 노블팜스 초등학교 외국까지 소문 대기자 줄 서
떼강도에 얼굴 다림질…'어릴 때부터 바르게 키우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6 21:39:20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남아공 노스웨스트 주 루스텐버그에서 한국인이 최초로 설립한 학교인 노블팜스 초등학교.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도복을 입고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2015.07.16 << 노블팜스 초등학교 제공 >> ryu625@yna.co.kr (끝)

남아공서 초등학교 설립한 조성수 씨…한인으론 처음

개교 4년 노블팜스 초등학교 외국까지 소문 대기자 줄 서

떼강도에 얼굴 다림질…'어릴 때부터 바르게 키우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류일형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한 시골 마을에서 한국인이 남아공 최초로 사립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약 120㎞ 떨어진 노스웨스트 주 루스텐버그에 위치한 노블팜스(Noble Palms) 초등학교 설립자 조성수(58) 선교사.

아무런 학교 운영 경험이 없는 조 선교사 가족이 설립한 이 학교는 개교 4년째에 불과하지만 벌써 지역은 물론 멀리 외국까지 소문이 나 입학을 원하는 대기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다.

조 선교사가 노블 팜스 초등학교를 설립한 것은 2012년 1월.







20대 때 한국에서부터 신문팔이·구두닦이 등 불우 청소년들과 공동체생활을 해온 조 선교사는 1987년 남부 아프리카 보츠와나 1호 한인선교사로 나와 목공, 편물, 양재 등 여러 기술을 가진 한국인 선교사들과 힘을 모아 기술학교를 운영하며 현지 청소년들의 자립갱생을 도왔다.

그러나 5년이 지나면서 건강 때문에 귀국했던 조 선교사는 아프리카 청소년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1999년 3월 다시 남아공 루스텐버그로 돌아와 흑인 청년들과 공동체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2008년 12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마을에 있는 공동생활센터에서 흑인 학생 10여 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마쳤을 때 갑자기 총을 든 강도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떼강도들은 모두를 묶어놓고 한국인 선교사들의 얼굴과 몸을 다리미로 지지고 주먹과 발로 폭행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조 선교사의 오른 뺨도 다림질을 당해 화상을 입었다. 떼강도들은 자동차 2대를 포함, 5천만 원 상당을 털어 달아났다.

경찰 조사결과 이 사건에 공동생활센터에서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같이 살았던 자매와 형제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조 선교사의 충격은 더욱 컸다.

"억울한 마음과 수치심, 두려움 등으로 10년 간 사역을 숨기고 싶었다"고 조 선교사는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이때 주위의 큰 위로 덕분에 다시 마음을 추스리게 되고 오히려 '이들도 모두 강도당한 사람들이구나! 식민지 시절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를 지나면서 많이들 아팠겠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가난한 흑인들을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 일로 좀 더 어릴 때 바르게 키우고,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초등학교 설립을 꿈꾸게 됐다.

그러나 가난한 선교사 입장에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리조트로 개발하다가 중단되면서 값이 크게 떨어진 현재의 학교 부지 12만 평을 불과 3억 6천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은행 융자와 지인들에게 빌려 이 땅을 산 조 선교사는 이곳에 초등학교 교실과 예배당 등을 지었다.

이 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교사들이 '배 아파서 난 자식처럼 하나 하나 대하자'는 설립이념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

1년에 두 번 있는 학부모 면담은 부모보다 학생을 더 잘 아는 교사에게 부모들이 혼나는 시간이다.

30대 여교사와 면담한 한 아버지는 자녀를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사랑으로 하는 충고에 감동, 젊은 여선생 앞에서 장시간 대성통곡한 적도 있었다.

이 학교는 또 교사와 학생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학급당 인원을 16명으로 제한, 교사가 학생 하나 하나에 충분히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빠듯한 학교 예산에 학생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은 견디기 어려운 큰 유혹이지만 이는 학부모와 교사 등 모두에 대한 약속"이라고 조 선교사는 말했다.

이 때문에 학교 운영은 학생들로부터 받는 학비로 교사들과 직원들 월급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작년에도 적자였다.

모자라는 것은 한국과 미국 등에서 보내오는 선교헌금과 조 선교사의 형·형수·누나·매형 등 친지의 후원금을 모아 메운다.

초등학교로서 학생의 40%를 기숙사에 수용할 수 있다는 것도 노블팜스 초등학교의 큰 강점.

이러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이 학교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다.

4,5,6학년은 올해 초에 16명 정원을 모두 채웠으며 대기자까지 줄을 서 있다.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려고 멀리 프리토리아, 림포포, 케이프타운 등에서 이사를 오는가 하면, 이 지역에서 가장 비싼 사립학교인 가톨릭 재단 학교에서 10명 정도가 전학을 오기도 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 교육기관의 정기감사를 받은 뒤 어떤 학부모는 노블팜스 초등학교가 루스텐버그에서 '베스트 스쿨'이라고 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진의 남아공 한인회장(코리안 모터 스페어스 대표) 후원으로 남동부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온 흑인 어린이 3명도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을 비롯, 탄자니아 등 인근 아프리카 나라에서도 유학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블팜스 초등학교는 내년이면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인 7학년까지 차게 돼 2017년부터는 8~12학년인 중등학교가 시작돼야 한다. 조 선교사는 다음 달 쯤 교사 건축허가 신청을 하고 내년 1월부터 4개의 교실과 화장실이 딸린 교실 신축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

이 학교는 또 한국계 학교답게 운동으로는 태권도나 양궁 중의 하나를 특기로 할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지만 북이나 장고 등 전통악기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남아공에서 오랫동안 공부해 동료 교사 및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잘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은 젊은 자녀들에게 교장 등 학교 주요 직책을 맡기는 조 선교사의 진취적인 운영방침도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아들 동현(32) 씨가 성경을 가르치면서 행정업무를, 며느리 신한나 (32)씨는 재정을 담당하고 있다.

딸 명현(31) 씨가 교장을 맡고 있으며 고려대 미식축구 선수 출신인 사위 이석영(31) 씨는 행정업무와 체육을 맡고 있다. 남아공 교사는 영주권이 있어야 하고 남아공에서 교육학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 자격을 갖춘 사람은 며느리 한나 씨와 딸 명현 씨 단 2명이란다. 아들과 딸, 며느리는 모두 남아공 명문 프리토리아대학 출신이다.

조 선교사와 부인 권희숙(58) 씨만 공식 직함이 없다. 조 선교사는 "은행업무나 기타 필요할 때 설립자라고도 하지만 우리는 물러선 사람들이 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말하고 "학교에서는 '마마 조'와 '파파 조'로 불리는데 제일 듣기 좋은 호칭"이라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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