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워커스' 감독 "음모론 안 믿지만 결말은 관객 몫"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방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6 18:38:39
'문 워커스' 감독 "음모론 안 믿지만 결말은 관객 몫"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돼 방한
(부천=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공포·판타지 장르 영화 축제인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문을 여는 개막작은 프랑스 앙투안 바르두-자케(45) 감독의 '문 워커스'다.
이 영화는 전 세계가 숨죽이고 지켜본 미국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모습이 조작된 영상일 수 있다는 '음모론'에서 출발한 액션 코미디물이다.
그러나 16일 오후 개막식에 앞서 부천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난 바르두-자케 감독은 자기 자신은 실제로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하지 않았다는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한테 달 착륙 이야기를 해주려고 인터넷으로 검색했을 때 음모론이 10페이지 넘게 나오더군요.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이기에 탄생한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걸 코미디 영화 소재로 선택한 것이고요."
그는 달 착륙보다 달 착륙을 보여주는 허위 영상을 만들기가 더 어려운 시대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약 20만명이 달 착륙 계획에 관여하고 있었다고 해요. 실제로 사람을 달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걸 영상으로 만들어낼 기술은 충분하지 않았을 겁니다."
감독의 개인적인 판단과 달리 영화 '문 워커스'는 음모론에 대해 딱 떨어지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관객에게 이게 정답이라고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나름의 결론을 내기를 바랐습니다. 감독으로서 독창성을 보여주려는 영화이지만, 이건 코미디 영화이니 제가 지향하는 목표는 많은 관객을 웃게 하는 것이었어요."
영화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달 착륙 실패에 대비해 당시 최고의 영화감독인 스탠리 큐브릭에게 달에 도착하는 영상 제작을 의뢰하려 정예요원 키드먼(론 펄먼)을 영국으로 파견한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삼류 매니저 조니(루퍼트 그린트)는 키드먼이 들고 온 거액의 돈 가방을 가로채려다가 일이 틀어지자 다른 감독을 섭외해 달 착륙 영상을 만들기로 한다.
"화질이 뚜렷하지 않은 항공사진 같은 것을 계기로 이라크 전쟁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죠. 이 영화에 정치적 의도를 담지는 않았지만, 주인공들이 만드는 우스꽝스러운 영상이 사람들에게 역사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보여주려 했어요.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미국의 모습을 묘사할 때는 분명히 권력에 대한 믿음을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있었고요."
이 영화는 달 착륙을 둘러싼 상황을 웃음의 요소로 삼는다. 그와 함께 액션, 판타지, 공포 장르의 특성도 담고 있다.
"폭력과 유머는 공존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에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으려고 해요. 폭력적인 장면으로도 웃긴 장면을 많이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르두-자케 감독은 큐브릭이라는 존재를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고 '시계태엽 오렌지',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등 큐브릭 작품에 나왔던 음악을 '문 워커스'에 삽입하는 등 오마주를 시도한다.
"영화의 무대가 영국인 것도 그 시절 큐브릭 감독이 영국 활동을 할 때였기 때문이에요. 물론 미국에서 떨어진 곳에서 비밀스럽게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주연 배우 루퍼트 그린트는 '해리 포터' 시리즈로, 론 펄먼은 '헬보이'와 '퍼시픽 림'으로 유명하다.
바르두-자케 감독은 자신도 "'해리 포터'에서 보던 루퍼트가 내 촬영 현장에 있다니!"라는 생각에 즐겁기도 했다며 웃었다.
"배우들 모두 생각이 열려 있고 똑똑한 사람들이었기에 함께하는 작업이 좋았습니다. 강한 성격의 팔마도, 수줍은 성격의 루퍼트도 모두 프로여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거든요."
그는 광고 연출을 주로 하다가 이 영화로 장편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그가 만든 혼다 자동차 광고는 최다 수상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잘 나가던 광고에서 영화 연출로 건너온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더 자유롭게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광고는 30초, 길어야 1분이라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는 너무 짧죠.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를 선택했어요. SF영화를 하고 싶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보다는 작은 영화들을 하면서 기회를 기다리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코미디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웃기려고 만든 영화인데 관객이 웃지 않는다면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웃음)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