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유자산 매각 실현 "100년은 걸릴 것"
사회 인프라와 국유지 등 헐값 매각 우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4 17:08:08
△ 그리스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을 위한 유로존 정상회의가 끝난 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DB)
그리스 국유자산 매각 실현 "100년은 걸릴 것"
사회 인프라와 국유지 등 헐값 매각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제3차 그리스 구제금융을 위한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마지막까지 논란이 된 사항 중 하나가 국유자산 민영화, 즉 민간매각 문제였다.
결국, 그리스 국유재산 매각을 통해 500억 유로를 조달키로 하고 그 전담 기구를 신설키로 합의했다. 독일은 당초 이를 룩셈부르크에 설치하려 했으나 유로존 감독을 받는 조건으로 그리스에 두기로 타협했다.
또 국유재산 매각을 통해 마련할 돈 중 절반인 250억 유로는 그리스 은행자본 확충에, 나머지는 그리스 공공채무 상환과 경제회생을 위한 투자에 각각 사용키로 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이 그리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국유재산 매각에 매달린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경제효율성 향상이다. IMF는 2011년 그리스 프로그램 검토보고서에서 "국유기업은 그리스 총투자의 약 15%를 차지하지만 부가가치 창출액 비중은 2~3%"라면서 "민간 매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고 신규 투자와 성장의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공공부문 재정난을 완화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차 구제금융 핵심사항 중 하나인 이 야심찬 계획이 제대로 실현돼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유자산 매각 시한은 3차 구제금융의 상환 만기까지로 상정돼 있다. 이미 제공된 2차 구제금융의 최대 상환 만기는 2054년이다.
3차 구제금융의 상환 기간은 최소 10년에서 몇 십 년이며 그 마지막 상환분 시한은 적어도 2054년 이후로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리스로선 매각하기까지 최소한 수십 년 이상의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그래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사실 국유재산 매각으로 500억 유로를 조달한다는 방안은 1차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때 이미 합의된 것이었다.
당시 합의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국유재산 관리기구로 그리스자산개발펀드(HADF)를 만들었다.
HADF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명목가치로 77억 유로 어치의 국유자산을 입찰에 부쳤으나 실제 팔려서 현금화한 돈은 30억 유로에 불과했다.
채권단은 2차 구제금융 때 2014~2022년 9년 동안 매각 목표액을 230억 유로로 수정했다. 즉, 매년 20~30억 유로로 잡은 것이다.
그러나 IMF는 이런 수정치 달성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IMF는 지난달 26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현실을 감안할 때 실제론 그리스 국유자산 매각은 매년 5억 유로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속도로 매각된다면 500억 유로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10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매각 대상 국유재산도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유로존 합의문에는 매각 대상은 단순히 '가치 있는 자산'으로만 돼 있고 구체적인 것은 추후 협상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6년여 동안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그리스의 유동자산에는 쓸 만한 게 별로 없다"면서 "물론 아름다운 섬이나 국가보물 같은 고정자산은 널려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그리스는 국영복권회사 등 논란이 최소화될 수 있는 것만 매각 목록에 올렸으나 이번에 치프라스 정권은 피레스우항과 데살로니키항 등 항만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공항 등 다른 인프라들이나 관광개발 가치가 있는 국유지 등의 매각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은 현재 분위기에선 제값을 치르려 하지 않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전했다. 그리스 국부가 헐값에 매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소유 부동산들은 상당수가 소유권 분쟁이 있거나 불법점유상태에 있는 등 문제가 많다고 BBC방송은 지적했다.
정부가 구제금융으로 빌려온 돈을 파산 직전인 시중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위해 투입하면서 취득할 은행주식을 성공적으로 매각하면 수백억 유로를 조달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은행의 부실채권이 많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설령 은행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며, 현재로선 은행주 매각을 통해 돈을 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유로존 협상에서 민영화 계획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독일은 사실 국유재산 민간 매각이 쉽지 않은 일임을 직접 경험한 바 있다.
BBC는 이와 관련해 독일은 통독 이후 옛 동독 국유기업 수천 개를 민영화하기 위해 신탁청을 설립했으나 "산더미 같은 부채와 분노의 강물을 남긴 바 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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