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타결> 빗장 풀리는 중동 경제대국 이란…산업계 '훈풍'
급감했던 수출 회복 기대…중단됐던 건설 수주 재개될듯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해운 '활력'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4 16:24:28
△ 이란 최대 민간은행인 멜라트은행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금강타워 로비(연합뉴스 자료사진)
빗장 풀리는 중동 경제대국 이란…산업계 '훈풍'
급감했던 수출 회복 기대…중단됐던 건설 수주 재개될듯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해운 '활력'
(서울=연합뉴스) 이웅 박인영 기자 =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게 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는 부진한 해외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인구 8천만명의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중동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오랜 제재로 침체된 경제를 재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체됐던 각종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건설붐이 조성되면주요 교역국이자 협력파트너인 한국에 미치는 긍정적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에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2010년 이후 이란에서의 신규 수주가 끊어진 국내 건설사들과 2012년부터 수출이 전면 중단된 국내 자동차업계는 최근의 내수와 수출 부진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석유화학, 철강, 기계, 조선, 해운 등의 분야도 적지 않은 '이란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 급감했던 대이란 수출, 회복 가시화
1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 규모는 2011년 기준 수출 60억6천800만달러, 수입 113억5천800만달러 등 총 174억2천600만달러로 1962년 수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2014년 교역 규모가 절반 수준인 87억4천만달러(수출 41억6천200만달러·수입 45억7천800만달러)로 급감했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에서 0.8%로 줄었다.
그러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긴장 관계가 해빙 무드로 바뀌고 핵협상이 진전되면서 우리나라와 이란의 교역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해 1∼5월 이란으로의 수출액은 19억3천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늘었다.
이번 핵협상 최종 타결로 대(對) 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단계적으로 해제되고 국내 기업들의 현지 시장 진출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수출은 더욱 빠르게 늘어 과거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한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하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 중단됐던 이란 건설수주 재개될 듯
과거 긴밀했던 우리나라와 이란의 협력 관계의 복구는 건설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006360]은 핵협상 타결로 중단된 이란 사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건설은 2009년 이란 국영 석유공사의 자회사인 파스석유가스공사(POGC)가 발주한 1조4천억원대 사우스파스 6∼8단계 가스탈황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2010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강화하면서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은 그동안 이란에서 여러 사업을 수행한 오랜 사업 파트너로서 핵협상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며 "이미 현지에서 사전 영업을 시작해 경제 제재가 풀리는 즉시 이란 건설 시장에 재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동 프로젝트가 많은 삼성엔지니어링[028050]도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제재가 풀리면 이란 내 각종 생산시설 확충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화건설도 이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제재 해제로 이란 내 대규모 건축·토목 공사 발주가 예상된다"며 "이란 시장을 노리는 세계 유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만큼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이란 건설시장 규모가 2013년 887억달러에서 2016년 두 배인 1천544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75년 처음 이란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의 지금까지 수주 누계액은 120억달러에 달한다. 이란은 2010년 지역별 수주 누계 6위를 기록했으나 이후 수주가 끊기면서 14위로 밀려났다.
◇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도 활력 기대
이란 정부가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넘어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힘을 쏟는 자동차 분야도 경제 제재 해제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의 이란에 대한 자동차 수출 물량은 2010년 2만3천여대, 2011년 1만2천여대 규모였으나 2012년부터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이란으로 수출하는 곳은 현재 180여개사로 이들 업체 역시 경제 제재의 영향을 받아왔다.
제재가 풀리면 완성차는 물론 각종 자동차 부품, 자동차 강판(후판), 타이어 등의 수출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경제 제재가 풀리면 독자 개발한 새로운 제철공법인 파이넥스(Finex) 기술의 이란 수출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물밑으로 포스코에 파이넥스 기술을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국내 기계·중공업 분야도 중동의 제조업 대국인 이란의 경제 재건을 수출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란은 발전 수요가 많지만 발전 설비가 노후화된 상태여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상당한 관련 설비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이란의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면 원유 도입선을 다각화함으로써 원유 수급을 더욱 안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경제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대폭 줄인 상태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원유 등의 교역량이 늘어나 조선과 해운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업계는 유가가 쌀 때 비축용 원유를 확보하기 위한 유조선 발주가 늘어나면서 선박 수주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란 내수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현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 제재로 이란에서 거둔 사업 수익을 송금받지 못해 현지에 재투자해온 KT&G 등은 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핵협상이 타결됐다고는 해도 경제·금융 제재 해제는 연말까지 진행될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결과과 맞물려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합의 사항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실제 제재 해제는 빨라도 내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