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지니어들 "삼성보다 애플에 취직하고 싶어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4 11:02:59
일본 엔지니어들 "삼성보다 애플에 취직하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별 3개의 회사로 가는 것보다는 애플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 애플이 요코하마에 기술개발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전자산업을 지탱하는 고급 엔지니어들이 이 센터로 이직하는 것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3일 보도햇다.
'별 3개의 회사'는 삼성전자를 가리키는 말로, 한때 일본의 전자 엔지니어들이 대거 삼성전자로 옮긴 적이 있지만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몸을 담고 있는 엔지니어들 가운데서도 "가족이 일본에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이유로 애플에 입사하려는 엔지니어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 애플의 기술개발센터가 들어서는 곳은 과거 파나소닉이 보유하고 있던 공장 부지다. 이 곳이 일본의 전자 엔지니어들을 끌어모으는 성지가 될지 모른다.
현장에는 "착공 예정 2015년 9월 중순", "완료 예정 2017년 3월말"이라는 표지판에 들어서 있다. 완공되면 애플이 미국 외부에 두는 최대의 연구개발(R&D)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일본 전자부품 관련 대기업에 근무하는 한 중견 엔지니어는 애플로 이직할 것을 결심했다면서 "세상을 바꾼 애플의 역량을 시험하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애플에서 일하는 것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 디스플레이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엔지니어는 일본 전자 회사와 비교하면 애플이야먈로 "매력적인 신천지"라고 말했다.
일본 업계에서는 애플의 연구 개발 부문의 일본 상륙으로 인재 쟁탈전이 치열해졌다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원래 일본 엔지니어들에 눈독을 들여왔던 만큼 이에 개의치 않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애플이 군침을 흘리는 대상은 아날로그 반도체나 센서의 설계자들이다. 스마트폰의 배터리 구동시간은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의 좋고 나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요코하마를 센터 예정지로 정한 것은 요코하마 시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애플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는 첨단 소재에서 자동차, 의료에 이르기까지 인재의 집적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애플이 개발 능력 측면에서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초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잡스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주력 사업을 축소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다양한 상품을 만들 여유가 없는 탓이기도 했다. 애플은 그 결과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과 디자인 능력은 출중하지만 기초 연구는 허술한 상태라는 것이 내부의 진단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한 관계자는 "본사는 눈 앞의 성장을 추구해 너무 단기적인 기술 개발에 치중했다. 지금까지는 거래처인 부품 업체 및 인수 대상 업체에서 신기술의 씨앗을 구해왔지만 드디어 고갈돼 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애플과 중국의 샤오미 양사에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한 일본 업체의 간부는 "애플과 샤오미가 사용하는 기술은 과거에는 1년 정도의 격차가 있었다. 지금은 3개월 정도"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귀띰했다.
애플이 요코하마에 진출하는 것은 일본의 전자산업 자체를 애플의 중앙연구소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애플의 아이폰을 분해하면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상당부분이 '메이드 인 재팬'이다.
일본 소니는 애플 덕분에 재기한 업체다.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였지만 애플이 아이폰4를 통해 상호 거래를 트면서 이 분야의 세계 선두주자가 됐다. 소니에게 애플은 과거 한때는 라이벌이었지만 지금은 단골 고객이 됐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그러나 애플과 거래하다 치명상을 입은 일본 기업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샤프가 경영난에 빠진 것은 애플에 중소형 LCD를 공급하다가 거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이 주요인이었다.
한 일본 중견 전자부품 업체의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애플의 거래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애플에서 대단한 양의 주문이 왔다. 한참 생각했지만 거절하기로 했다. 이 발주에 맞춰 제조설비를 도입하면 뒤로 물러설 수 없게 된다. 만약 애플에 외면당하면 경영은 끝나 버린다"
애플과 거래하다 분쟁에 휘말린 경우도 있다. 일본의 시마노 제작소는 지난해 8월 애플을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과 특허 침해로 도쿄 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 기술을 애플이 타사에 흘렸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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