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마지막까지 애국자였던 '순정만화의 스승'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4 05:00:00
마지막까지 애국자였던 '순정만화의 스승'
(서울=연합뉴스) 1939년 봄 체코(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한 나치 독일이 '불온 분자' 색출에 나섰다. 나치에 저항할 가능성이 큰 인사들이 표적이었다.
맨 먼저 붙잡혀온 이들 중에는 70대 화가가 있었다. 1918년 건국한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첫 화폐를 디자인한 '국민 예술가'였다. 나치의 집요한 신문에 시달리던 그는 심한 폐렴 증세로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당시 뉴욕타임스가 "사실상 조국이 침략을 받았다는 충격 때문에 숨진 것"이라고 했던 이 화가는 알폰스 무하(1860∼1939)다.
7월14일은 무하의 기일이다. 프랑스 파리와 독일 뮌헨에서 미술을 공부한 무하는 19세기 말 예술 사조인 아르 누보(Art Nouveau)의 대표 주자다. 곡선·여성미·우아함을 강조하던 이 사조에서 무하는 넘실대는 꽃 배경에 얼굴 윤곽선이 또렷한 미인이 등장하는 작품을 그려 주목을 받았다.
무하의 스타일은 후일 일본과 한국 순정만화에도 영향을 줬다. 꽃과 화려한 색채 배경 속에 미인을 묘사하는 기법은 무하의 자취가 느껴지는 대표 사례다. 국내 순정만화의 대모 황미나는 작품 '레드문'의 애장판에 무하의 작품 '춤(1898년 작)'을 인용한 표지를 넣기도 했다.
무하는 포스터, 상품 표지, 도서 삽화 등을 많이 남긴 상업 예술가이기도 했다. 생전 프랑스와 미국에서 몸값이 엄청났다.
화려하고 국제적인 면모와 달리 무하는 고국 체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한 애국자였다. 1910년부터 18년 동안 꼬박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담은 20점의 대형 그림을 그려 프라하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연작 '슬라브 서사시'는 현재도 체코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꼭 봐야 할 작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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