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타결> 합의안 주요 내용…채무 재조정 합의
구제금융 820억~860억유로 규모…8월까지 브릿지론 120억유로 지원
부가세·연금 등 4개 개혁법안 15일까지 처리해야 ESM 협상 개시
500억유로 펀드로 은행 자본확충·성장 위한 투자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3 19:24:20
△ '파산' 막기 위해 도리없죠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오른쪽) 총리와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이 정상회동에 참석하고 나오는 모습.
bulls@yna.co.kr
합의안 주요 내용…채무 재조정 합의
구제금융 820억~860억유로 규모…8월까지 브릿지론 120억유로 지원
부가세·연금 등 4개 개혁법안 15일까지 처리해야 ESM 협상 개시
500억유로 펀드로 은행 자본확충·성장 위한 투자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준억 특파원 = 유로존 정상들이 13일(현지시간) 그리스에3년 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그리스에 강도 높은 개혁조치들을 요구했다.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성명서에 따르면 그리스가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 지원 협상을 개시하려면 우선 부가가치세와 연금 등 4개 개혁법안을 15일까지 의회처리를 끝내라고 요구했다.
최대 쟁점인 채무 재조정은 '명목적 헤어컷'(원금 탕감)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의 부채 경감에는 합의했다.
아울러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재산으로 독립된 펀드를 만들어 절반은 은행자본 확충에 쓰고 나머지는 성장을 위한 투자나 부채 상환용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지난 1월 말 집권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가 지금까지 도입한 법안들 가운데인도주의적 법안을 제외하고는 반 긴축 법안을 개검토해 수정하라는 주문도 했다.
그리스가 이런 개혁안을 시행하면 3년 간 820억~86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ESM 협상 타결과 별도로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릿지론'으로 120억 유로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스 제안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15일까지 입법해야 협상 개시
합의문은 ESM 구제금융 협상 개시 조건으로 4개 개혁법안을 15일까지, 2개 법안은 22일까지 입법을 끝내기로 했다.
15일까지 의회 통과가 필요한 법안은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과세기반 확대, 연금 체계의 장기 지속가능성 개선 조치, 그리스 통계청 법적 독립성 보장, 재정 지출 자동 삭감 등 재정위원회 개혁안 등이다.
22일까지 처리해야 할 법안은 민사소송 비용 절감을 절감하고 절차를 간소화 하는 법안과 유럽연합(EU)의 '은행회복 및 정리지침'(BRRD) 관련 법안이다.
합의문은 또 ESM 협상을 최종 결정하는 조건으로 개혁안 이행 계획과 일정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조치로는 그리스 최고행정법원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일부 연금 삭감 정책 등을 개혁하는 방안과 시장규제 완화 등이 담겼다.
시장규제 완화로 일요일 영업과세일기간, 약국 면허, 우유, 제과점 등의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안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유로그룹은 일반의약품(OTC)도 포함시켰으나 정상회의에서 OTC 규제 완화는 다음 조치로 연기했다.
그리스는 개혁안에서 OECD의 이런 경쟁규제를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OTC는 제외하고 관광버스, 화물차 면허 등부터 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송전공사 민영화, EU 모범규준에 맞도록 단체교섭권 현대화, 대량해고 등의 일정을 채권단과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500억 유로 국유재산 펀드 설립해 은행 자본확충·성장 투자 사용
유로존 정상들은 독일이 제안한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을 국외에 설립된 펀드에 편입해 이를 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라는 방안을 수정했다.
합의문은 500억 유로 규모를 펀드에 편입하되 250억 유로는 은행의 자본확충에 쓰도록 했으며 125억 유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감소에, 나머지 125억 유로는 투자에 활용하도록 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부채를 상환하거나 GDP를 늘리는 방안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두 가지 용도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대 250억 유로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사용될 수 있다.
독일은 이 펀드를 국외에 설립된 펀드로 운용하라고 주문했지만 합의문은 그리스에 설립하고 EU 채권단의 감시 아래 그리스 정부가 운용하도록 했다.
펀드의 운용은 OECD가 권고한 국영기업 관리 기준에 따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밖에 그리스 행정부에 정치권 개입을 배제하는 조치를 20일까지 채권단에 제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시리자 정부가 도입한 법안 가운데 인도주의적 법안을 제외하고는 채권단과 약속한 긴축 정책에 어긋나는 법안들을 수정을 전제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채무 탕감은 불가 경감만 가능…구제금융 820억~860억 유로
합의문은 그리스의 부채를 상환 유예와 만기 연장 등으로 경감(relief)만 제안하고 원금을 탕감하는 '명목적 헤어컷'을 거부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채권단은 이런 개혁안 이행 여부를 실사하고서 채무 경감을 협의하기로 했다.
유로존 정상들은 "명목 부채 헤어컷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그리스가 요구한 헤어컷을 거부했다.
정상들은 또 그리스 정부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있지만 이는 지난 1년 동안 그리스 정부의 정책 실패와 그리스 내수 경기 침체, 국제 금융환경 등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을 그리스 정부에 지웠다.
합의문은 구제금융 규모를 820억~860억 유로로 추정했다. 이는 ESM 외에도 IMF가 2차 구제금융에서 지급하지 않은 160억 유로가 포함된 수치로 추정된다.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동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ECB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20일까지 70억 유로를 긴급 지원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추가로 50억 유로를 주기로 했다.
따라서 협상이 타결된다면 3차 구제금융 820억~860억 유로 외에도 브릿지론으로 120억 유로가 제공된다.
이밖에 그리스 시중은행의 유동성도 고갈 직전인 상황을 고려해 은행권 자본확충에 100억~250억 유로를 지원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ESM을 통한 100억 유로를 즉각 지원해 은행들의 파산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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