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타결> 10문 10답…그리스 문제 과연 해결됐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3 18:45:57
10문 10답…그리스 문제 과연 해결됐나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김경윤 정선미 기자 =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이 13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지난달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그리스는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하며 협상 파국 우려까지 불러오며 유로존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 전체를 긴장시켰다.
이날(브뤼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의 회의는 새벽을 넘겨 오전 9시까지 16시간 이상의 진통 끝에 그리스에 대한 세번째 구제금융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통해 기사회생을 할 수 있을지, 그렉시트 우려는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문답풀이를 통해 알아봤다.
◇ 디폴트부터 극적 합의까지 어떤 과정 거쳤나
지난달 30일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채무 15억5천만 유로(약 1조9천억원)를 상환하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빠지면서 그리스 위기는 본격화했다. 특히 채권단과 그리스의 갈등이 증폭된 사건은 지난 5일 그리스 국민투표였다. 이 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해 반대가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민의를 등에 업었지만, 채권단과의 협상 타결 가능성은 오히려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경파로 꼽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사임하고, 치프라스 총리가 9일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강도 높은 새 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하면서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분위기는 11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의 개혁안을 신뢰할 수 없다고 나서면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뒤이어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는 17시간이나 이어지는 기록을 세웠다. 하루 밤을 꼬박 새는 '끝장 토론' 끝에 그리스와 채권단은 극적으로 합의했다.
◇ 협상 결렬 우려는 없었나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과 유로존 정상들의 회담은 진통에 진통을 거듭했다. 재무장관들은 "(개혁안이) 너무 미흡하고 너무 늦었다"며 그리스 정부에 보다 구체적이고 구속력있는 약속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부정적 기류가 흘렀다. 독일이 '한시적 그렉시트' 해법을 제안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협상의 기류는 급격하게 나빠졌다. 핀란드와 슬로바키아도 그리스에 대한 조건 없는 지원은 안 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협상은 대치 상태로 빠졌다.
재무장관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12일 예정됐던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돌연 취소되기도 했다. 이날 유로존 19개국 정상들만 모여 회의를 시작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시작 전부터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면서 난항을 예고했다. 올랑드 대통령도 합의 직후 "유로존이 그리스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러웠던 순간도 있었다"며 긴박했던 협상 과정을 전했다. 그리스가 끝까지 IMF의 3차 구제금융 참여와 500억유로 상당의 국영자산을 담보로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협상이 길어졌으나 결국 그리스가 이를 포기하면서 협상은 새벽을 넘겨 오전 9시께 마무리될 수 있었다.
◇ 그리스가 받을 지원금과 수행해야할 개혁 내용은 무엇인가
유로존 정상회의는 그리스 개혁안 수용 여부와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 재개를 논의하기 위해 마라톤 회의를 지속한 끝에 타협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이 요구하는 개혁 법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하면 유로존 각국 의회에 합의안이 상정된다. 그리스가 부가가치세 간소화와 연금 개혁, 민영화 등 고강도 개혁법안을 15일까지 입법절차를 마치면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년 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다.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820억~860억 유로의 자금을 지원하고 ESM 협상을 마무리할 때까지 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브릿지론'으로 120억 유로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했다. 그리스가 요구한 채무 탕감(헤어컷)은 거부됐지만 채권단은 상환 기간 유예와 만기 연장 등 채무 경감(debt relief) 원칙에 합의했다. 그리스가 3차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유로그룹은 그리스 정부와 신뢰를 다시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리스의 개혁안보다 혹독한 합의문을 내놨다.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을 독립적 펀드로 설정하고 이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채권단이 요구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지원 절차로 무엇이 더 남았나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협상하기로 합의한 것이어서 그리스에 본격적인 재정지원은 당장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ECB가 먼저 그리스 은행에 대한 유동성을 계속 지원하는 사이 그리스나 유로존은 지원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아테네로 돌아가자마자 거국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치프라스 총리가 소속된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내의 15명 의원이 추가적인 개혁까지 승인해줄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내는 등 정치권의 지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15일(수)까지 그리스는 또 부가가치세율 간소화, 광범위한 부가세 적용, 연금 삭감 등을 포함한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법안이 승인되면 유로안정화기구(ESM) 구제금융을 위한 절차가 시작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핀란드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의회가 ESM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승인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리스 의회가 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 부채를 갚기 위한 브릿지론을 받기 위해 추가 법안들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 그리스 1, 2차 구제금융 때는 어떠했나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IMF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구제금융 규모는 1차의 경우 1천100억 유로, 2차는 1천300억 유로였다. 구제금융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리스는 5년간 긴축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대비 25% 줄었고 현재 실업률도 25%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 위기의 책임을 분석하는 목소리는 엇갈린다. 채권단이 집행한 과도한 긴축정책이 그리스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주장과 그리스인들의 도에 넘는 과소비와 공공부문의 부패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 3차 구제금융은 성공할까.
5개월 넘게 이어진 협상이 결국 합의로 마무리되면서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그렉시트 우려가 많이 누그러졌다는 점은 그리스 경제에 희소식이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결렬됐으면 그리스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로 빠지는 것은 불가피했다. 이번 합의로 그렉시트 우려가 사라진 만큼 그리스 경제는 일단 한숨 돌렸지만 3차 구제금융으로 경제가 살아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과거 2차례의 구제금융을 받는 동안 그리스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에도 그리스의 경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후퇴했다.
그리스가 받을 3차 구제금융의 규모는 860억 유로(약 108조원)로 알려졌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받는 만큼 그리스가 수행해야 할 개혁의 강도도 높은 편이다. 협상 타결로 그리스는 일단 전면적인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는 상황은 모면했지만 국민의 삶은 더 팍팍하게 됐다. 이 때문에 그리스 국민이 구제금융 대가로 치러야 할 긴축을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수 있을지가 구제금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가 내놓을 성장 계획이 얼마나 빛을 발휘할지도 관건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무 재조정과 350억 유로 규모의 성장 계획은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게 할 것"이라며 "긴축 조치는 성장 계획으로 상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영업은 언제 재개되나.
은행 영업이 곧바로 정상화되기는 어렵다. 정부가 은행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사태)' 발생에 대한 우려로 예금 인출 제한 등 자본통제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는 일단 13일까지는 은행 문을 닫을 계획이다. 그리스 경제장관은 실제로 채권단과 협상이 타결되고 ECB가 긴급유동성지원(ELA)을 제공하면 은행 영업이 1주일 내로 재개될 수 있다면서도 자본통제에 대해서는 수개월 후에야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CB는 유로존이 구제금융 제공에 합의하면서 다시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생존을 위한 자본확충 논의가 시작되면 예금자 손실(헤어컷) 쟁점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벗어나는 예금에 대한 손실 가능성이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구제금융을 받은 이웃나라 키프로스에서도 예금자들은 헤어컷을 당했고, 자본통제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구제금융 이후에 은행부분의 구조개혁 일환으로 대형은행들의 폐쇄와 인수합병(M&A)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분열 우려됐던 유로존, 봉합되나.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면 봉합될 것으로 보였던 유로존은 오히려 이번 계기로 분열상을 더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겠다는 의지는 강하게 드러났지만, 정치 및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리스 지원을 주장하는 프랑스 쪽과 그렉시트도 불사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자세로 일관한 독일과 핀란드 등이 대치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그렉시트를 피하기를 바란다는 국가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룩셈부르크 뿐이었다. 반대로 그렉시트 가능성도 검토할 수 있다는 국가는 독일과 핀란드, 슬로바키아,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몰타, 리투아니아, 벨기에, 라트비아로 9개국이나 됐다. 가능하다면 그렉시트를 피하는 것을 원한다는 국가는 아일랜드, 포르투갈, 키프로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로 그렉시트 찬성과 반대 의견은 팽팽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그렉시트에 반대하는 쪽은 유로존 남쪽 국가들이 많았고, 반대 국가는 북쪽에 몰려있어 남북간 분열 양상도 드러났다.
다만 스페인과 함께 이미 한차례 구제금융을 겪은 바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지 못할 개연성이 커졌다. 이미 5년간 긴축의 고통을 겪은 그리스가 더 혹독한 개혁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렉시트 우려가 당분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전망도 한동안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크다.
◇ 그렉시트 우려는 사라졌나.
단기적으로 그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작아졌다. 중장기적으로도 그렉시트가 나타날 확률은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로존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협상하기로 합의한 것이지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은 아니어서 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는 새 개혁안의 내용을 입법화에 오는 15일까지 의회에 통과시켜야 하고, 구제금융 최종안은 구제금융에 강경한 입장인 독일 등의 의회 승인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지난 2012년 그렉시트 용어를 처음 사용한 씨티그룹은 지난 9일 보고서에서 그리스와 채권단 사이에 일단 타협이 이뤄지면 몇 주 간은 그렉시트 우려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잠잠해지겠지만 그리스가 합의한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결국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그리스 경제가 장기적으로 구제금융과 개혁을 통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도 그렉시트를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 그리스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스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과도한 복지와 방만한 운영으로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는 지적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유로존의 결함에 있다. 그리스는 유로화를 사용할 만큼의 경제 체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유로존에 가입했고, 유로화를 사용하면서는 부자나라라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스 내의 정경유착이나 부패 문제는 여전히 심각했고,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부채만 늘어가면서 2010년 재정위기에까지 이른 것이다.
그러나 복지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연금 제도 면에서는 수혜자가 중복되고 연금 지급액 수준이 높다. 그리스에는 한국의 기초연금에 해당하는 저소득 노인층 대상 연금만 3개가 있으며, 기타 직역 연금은 130개에 달하는 등 연금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조기 퇴직자가 정년 퇴직연금을 받았던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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