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해지는 ATM 카드복제…외국서 돈빼가는데도 속수무책
외국인 범죄단 한국원정…IC칩 없는 마그네틱 카드 해외서 쓰면 문제없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3 12:00:26
△ 외국인이 설치한 감쪽같은 ATM 카드복제기
(서울=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는 서울 홍대입구 인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카드복제기를 설치해 개인정보를 입수, 복제카드를 만들어 현금을 빼낸 불가리아계 캐나다인 K(50)씨와 불가리아인 Y(38)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ATM에 카드복제기를 설치하기 전(왼쪽)과 후.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제공)
정교해지는 ATM 카드복제…외국서 돈빼가는데도 속수무책
외국인 범죄단 한국원정…IC칩 없는 마그네틱 카드 해외서 쓰면 문제없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한 카드복제가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더욱이 외국 범죄조직까지 국내 원정을 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별다른 대처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복제는 ATM 카드 투입구 앞에 일명 '스키머'라고 불리는 카드복제기를 부착해 다른 이용자의 카드에 있는 마그네틱 정보를 읽어들여 수집하는 수법이 흔히 쓰인다.
이런 수법은 영국 등 외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있었다. 국내에서도 2010년께부터 이 같은 카드복제 행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범죄 조직이 만든 스키머는 대개 조잡한 경우가 많아 그동안은 피해가 산발적이거나 적은 수준이었다. 이용자들이 이상을 느끼고 경찰이나 은행에 신고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ATM 이용자의 비밀번호 입력 장면은 천장에 몰래 카메라를 부착해 녹화·수집하기 때문에 사전에 천장을 잘 살펴보거나 손으로 가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 2월 서울 가산동의 은행 ATM에 설치한 카드복제기와 지난 5월 서울 명동의 한 은행 ATM에 설치한 카드복제기 역시 은행 고객이 이상을 느끼고 신고해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가산동 ATM에서는 피해자 33명이 발생해 개인정보 등이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명동 ATM에서는 피해자가 1명뿐이었고 신고가 빨라 범인들이 개인정보를 입수하기 전에 카드복제기를 회수한 덕분에 실질적인 피해도 없었다.
금융당국 등은 이용자들에게 ATM 카드 투입구를 잘 살피고 비밀번호를 손으로 가린 채 입력하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는 IC칩이 없는 마그네틱 카드로는 ATM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대책도 마련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가 이달 초 검거했다고 13일 밝힌 외국인 카드복제범들의 수법은 이 같은 당부와 대책을 무색하게 했다.
이들은 미리 한국에서 독일제 ATM이 많이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정교하게 만든 스키머를 부착했다. 몰래 카메라도 이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기기 안쪽에 설치했다.
실제 피해자도 "카드를 넣을 때 다소 빡빡한 느낌은 있었지만, 카드정보를 빼간다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다.
또한, 이들은 복제카드로 국내가 아닌 홍콩에서 현금을 인출해 금감원이 미련한 대책을 비켜갔다.
이들이 현금을 빼낸 지난달 22∼23일은 IC칩이 없는 마그네틱 카드의 ATM 거래가 막힌 이후였지만, 금융감독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의 사용은 속수무책이었다.
이에 앞서 5∼6월에도 국내 은행 ATM에서 수집한 정보로 복제 카드를 만들어 대만에서 현금을 빼내간 사건이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복제기를 부탁하기 어렵게 투입구를 교체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점검도 계속하고 있다"며 "센서를 부착해 누군가 ATM 앞에서 장시간 작업하면 통보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들 역시 근본 대책이라 보기 어렵고 전국 ATM을 모두 손보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앞으로 추가 피해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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