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호자금 검증시스템이 오히려 테러 유발 우려"
'미국 관련 구호관계자=스파이'라는 잘못된 인식 확산 가능성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3 05:58:36
"미국 구호자금 검증시스템이 오히려 테러 유발 우려"
'미국 관련 구호관계자=스파이'라는 잘못된 인식 확산 가능성
(뉴욕=연합뉴스) 이강원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자국의 국제개발·구호 기금을 받는 다른 나라 비정부기관 관련자들의 테러 관련 여부를 검증하는 개인정보시스템이 오히려 이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 산하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가 의회의 승인을 받아 새로 출범시킨 '파트너 검증 시스템'에 따라 미국 정부 기금을 받는 비정부기구는 상근자들과 임원들의 이름과 생년월일뿐 아니라 은행계좌 번호 등 개인정보를 미국 정부에 넘기고, 검증받아야 한다.
시스템은 일단 케냐, 과테말라, 레바논, 필리핀, 우크라이나 5개국을 대상으로 시작되지만, 대상이 확대될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가자·서안 지구 등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개발자금이 테러 단체로 흘러간 예는 없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검증 시스템이 있어야 미국 원조 활동이 테러단체와 연관될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도주의 단체 연합인 '인터액션'(InterAction)은 "이 프로그램을 강력히 반대한다"면서 "구호 작업은 정보 작업과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프로그램은 오히려 비정부단체 직원들이 미국 자금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스파이로 여겨지게 하는 등 심각한 위험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에서는 한 의사가 오사마 빈라덴을 찾으려 간염 백신 프로그램을 사칭해 해당 지역을 집집마마 방문, 정보활동을 벌인 바 있다. 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일부 외국 구호단체 관계자들을 스파이로 의심하기 시작했고, 텔레반은 2012년 12월 구호단체 관계자 80여 명을 사살하는 등 비정부기구 관련자들의 신변이 급격히 악화한 바 있다.
전 세계적 차원에서 구호 관계자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탓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USAID가 3천800만 달러가량의 자금을 대는 농민지원 프로그램을 포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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