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채무 조정하려면 그렉시트" 그리스 강하게 압박
'최소한 5년 그렉시트論'으로 발칵… 플랜B 가능성 수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2 09:53:09
독일 "채무 조정하려면 그렉시트" 그리스 강하게 압박
'최소한 5년 그렉시트論'으로 발칵… 플랜B 가능성 수준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즉 그렉시트를 거론하며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독일이 은근히 자국의 속내를 내보이면서 3차 구제금융 지원 여부 협상을 앞두고 막판 몰아치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발단은 11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일요판 신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존탁스차이퉁(FAS)이 보도한 독일 재무부 자료였다.
그렉시트를 건드린 이 기사는 이날 삽시간에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이 모인 브뤼셀 회의장 주변을 뒤덮었다.
현지 취재진과 소식통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소식을 전파하고, 독일 국내에선 후속 확인 취재가 잇따랐다.
그 과정에서 FAS 기사가 시사한 것처럼 이날 브뤼셀 회의에 직접 제출된 자료는 아니지만, 적어도 재무부가 작성한 검토 자료라는 사실은 분명해 졌다.
특히, 트위터를 통해 해당 자료라고 전파된 문서 내용은 FAS의 기사 줄거리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 독일의 실제 '생각' 또는 '협상전략'이 무엇인지를 엿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독어가 아닌 영어로 작성된 문서는 '가장 최근의 그리스 제안에 대한 논평'이라는 제목 아래 작성 일시가 10일로 돼 있었다.
문서는 9일 그리스가 내놓은 제안에 대한 평가에서 노동시장, 공공분야, 민영화, 은행부문, 구조개혁에서 개혁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며 3차 구제금융 협상의 기반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무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채권단 일원으로 묶어두려면 더 개선되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문제의 그렉시트를 포함한 두 갈래 방도를 제시했다.
첫 번째 방안은 한마디로 개혁을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부는 그런 방안으로 룩셈부르크 사례를 들어 외부펀드를 통한 국유자산 매각과 채무 감축 방안을 거론했다.
문서는 감독이행 기능 강화와 함께 적자감축 목표달성 불발 시 자동적 재정지출 삭감, 첫 구제금융 지원자금 지급 때까지 브리지론을 통한 유동성 확보 같은 방도도 언급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채무 지속가능성과 신뢰할만한 개혁이행 전망이 없다면 최소한 5년간 그렉시트 상태에서 채무를 조정받는 제안을 받아들여 신속하게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채무국 부채조정을 하는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포맷을 예시하며 유럽연합(EU) 헌법에 해당하는 리스본조약 125조를 위반해선 안 되기 때문에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근거도 첨부했다.
강경파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최근 언급한 125조는 "(유럽)연합은 중앙정부들의 책무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조항은 다른 회원국의 부채를 떠맡는 일을 불법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구제 금지 조항'(no bailout clause)으로 불린다.
문서는 "이것(한시적 그렉시트)만이 충분한 채무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FAS 보도에 이어 이 문서 내용이 전파되는 가운데 dpa 통신이 그렉시트 대안론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 그리고 쇼이블레 장관 사이에 조율된 사안이라고 보도하자 파문이 확산했다.
그러자 대연정의 '넘버2' 가브리엘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독일 대연정의 공식적인 태도를 간명하게 정리하고 나섰다.
대연정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 소속의 가브리엘 부총리는 "사민당은 조건만 충족된다면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도록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대연정의 목표이기도 하다"면서 "이번 브뤼셀 회의에서도 지금 그것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민당은 (대연정, 즉 독일 정부가) 프랑스와 함께 협력적 대응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전제하고는 "사민당 역시 쇼이블레 장관의 한시적 그렉시트 제안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선 모든 안들이 선입견 없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면서도 "그러나 그 제안(한시적 그렉시트)은 그리스 정부 스스로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현실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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