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없는길' 최경환호 1년…수확기에 태풍 만나
경제살리기 올인…메르스 등 잇단 대내외 악재로 퇴색
4대 분야 구조개혁 중점 추진…구체적 성과는 '아직'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2 06:01:02
△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 6일 대구시 달서구 평화정공을 방문해 수출제조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지도에 없는길' 최경환호 1년…수확기에 태풍 만나
경제살리기 올인…메르스 등 잇단 대내외 악재로 퇴색
4대 분야 구조개혁 중점 추진…구체적 성과는 '아직'
(세종=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는 16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세월호 참사 후의 경기침체 속에서 경제사령탑을 맡은 그는 강력한 경기회복 정책을 이끌어 '초이노믹스(영문 성(姓)인 'Choi'와 경제학이라는 뜻인 'Economics'를 합성한 말)'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본인은 재임 첫 해를 "세월호 사고가 나서 경제가 어렵다고 할 때 취임해 혼신의 힘과 젖먹던 힘까지 다한 1년"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총리로서 그의 1년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여전히 진행 형이다.
세월호 이후 부진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우리 경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엄청난 복병을 만났고, 그 여파를 해결하려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메르스 피해 극복을 위해 11조8천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과 투자활성화 대책 마련을 지휘했다.
최 부총리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3선 의원으로, 경험이 풍부하고 '친박(박근혜 대통령) 실세'라는 점에서 취임 때부터 경제팀의 강력한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의 여파로 가라앉은 경기를 살려내기 위한 '구원투수'로 등판한 만큼 취임하자마자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춘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은 격"이라고 표현한 부동산 규제의 완화가 첫 번째 투구(投球)였다.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가계대출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긴 했지만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어 세월호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46조원+알파(α)' 규모의 확장적 재정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팀'은 가계소득 늘리기를 겨냥한 3대 세제 패키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각종 난제를 풀려면 "지도에 없는 길"을 가야 한다"고 발언한 후였다.
임금을 올리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로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배당 등에 쓰지 않고 남은 당기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기업이 벌어놓은 돈을 가계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배당을 많이 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로는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도록 유도해 진보진영으로부터도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정책적 노력은 정치권의 벽을 넘지 못해 아직도 추진과제로 머문 게 많지만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경기 진작에 힘을 보탠 것이 사실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자 최 부총리는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분야의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4대 분야 구조개혁의 경우도 공공부문에서 임금피크제가 확산하는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풀지 못한 난제들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구조개혁의 중점 대상으로 삼았던 공무원연금 문제도 정치권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결과로 귀착됐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공을 들여온 노동시장 개혁 역시 노사정 협상이 결렬돼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가 입법이나 노사합의 없이 실시할 수 있는 개혁안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4대 구조개혁에 대해 "욕먹는다고 피하면 누가 하냐는 생각으로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단 한 번도 개혁다운 개혁을 해보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한 그는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월 말 이완구 전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50일 넘게 총리 대행까지 맡았다.
어깨가 한층 무거워진 그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의 드라이브를 한창 거는 시점에 악재가 잇따라 쏟아진 것은 불운이었다.
올 2분기로 접어들면서 확장적 재정정책 등의 효과로 내수가 살아날 기미가 보였으나 올해 내수 경제를 위축시킨 최악의 악재로 꼽히는 메르스 사태가 터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리스 디폴트 위기와 중국 증시폭락 등 대외적인 악재도 잇따랐다.
정성껏 일구어 놓은 밭에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시점에 강력한 태풍을 만난 셈이다.
대내외 악재를 반영해 한국은행은 급기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0.3%포인트나 내려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경제팀'은 추경예산을 포함한 22조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풀어놓는 것으로 올해 '3%대 성장'을 사수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최 부총리는 정치권이 협조해 추경이 제때 집행되면 3%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최 부총리의 앞길은 다소 유동적이다.
애초 정부 주변과 정치권에선 그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작업을 마무리한 뒤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일각에선 새누리당 내의 역학관계를 근거로 조기 복귀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최근 이런 기류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을 향해 "오직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계기다.
최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그런 발언이 나온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경제가 굉장히 엄중한 상황으로 당 복귀 어쩌고저쩌고 할 때가 아니라 경제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부총리 직무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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