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모펀드 연예산업계도 침투…'시장교란' 주범 부상

대형 연예기획사가 타깃…무자비한 자본논리 속 '흔들'
스포츠·패션 쪽으로 '영역 확대'…창의력·생기 잃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1 08:00:03


美 사모펀드 연예산업계도 침투…'시장교란' 주범 부상

대형 연예기획사가 타깃…무자비한 자본논리 속 '흔들'

스포츠·패션 쪽으로 '영역 확대'…창의력·생기 잃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기업 사냥꾼'으로 악명높은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도 침투하면서 '연예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 스트리트의 '무자비한 포식자'로 알려진 사모펀드들의 제물은 할리우드 스타시스템의 주체인 연예기획사(Talent agency)들이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사모펀드의 진출로 최근 몇 년간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지만, 철저한 자본논리에 함몰되면서 창의력과 생기를 잃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연예기획사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뎌 성공한 사모펀드는 670억 달러(75조7천억 원)의 실탄을 보유한 초대형 사모펀드 TPG캐피털이다.

TPG캐피털은 2010년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브래드 피트·메릴 스트립 등이 속한 CAA(Creative Artists Agency)에 1억6천500만 달러(1천865억 원)를 투입해 지분 35%를 획득했다.

TPG캐피털은 CAA의 지배주주로 부상한 뒤 곧바로 2억2천5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해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BSE(Beyond Sports & Entertainment)와 Goviva를 CAA에 합병시켰다.

2012년에는 스카이프와 알리바바에 투자한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2억 달러를 들여 배우 벤 애플랙과 가수 리한나 등이 소속된 WME(William Morris Endeavor) 지분 31%를 흡수했다.

실버레이크는 이어 이듬해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스포츠·미디어 그룹 IMG를 월드와이드를 인수·합병해 CAA에 버금가는 연예기획사 WME-ING를 탄생시켰다.

실버레이크는 지난해 5억 달러를 투입해 WME-ING의 지분을 51%까지 늘리며 경영권을 장악했다.







두 사모펀드가 10억 달러를 들여 사들인 CAA와 WME-ING는 이후 기존 할리우드 연예계뿐만 아니라 스포츠, 패션, 음식, 테크놀로지 방면으로까지 세력을 뻗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모펀드들은 연예기획사의 인수합병이 완료되자 감춰둔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익 극대화'라는 가치 실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자금을 최대한 적게 투입하고 돈을 빌리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연예기획사를 사들이고 나서 곧바로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늘려 시장에 내놓는 예정된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초 사모펀드 TPG캐피털에 종속된 CAA의 매니저들이 대거 경쟁사인 UTA(United Talent Agency)로 이적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의 전환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됐다.

CAA의 내부 관계자는 "매니저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사모펀드 하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자본에 예속돼 창의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을 박차고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CAA 매니저들의 UTA 이적 배경은 사모펀드 경영문화에 익숙지 않았던 데다 사세 확장 과정에서 자신의 몫을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UTA도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와의 제휴를 심사숙고했으나, 사모펀드 속성이 10년 내 단물을 빼먹고 회사를 팔아치울 것이라는 반대론에 밀려 지켜보자 식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상태였다.

4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인 ICM(International Creative Management)은 2005년 미시간에 본부를 둔 사모펀드 RTM(Rizvi Traverse Management)과 7천500만 달러에 이르는 투자협상을 모색했다.

ICM은 그러나 사모펀드 RTM이 연예산업 본연의 업무보다는 현금 유동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영전략을 견디다 못해 RTM의 지분을 다시 사들이고 결별했다.

데이비드 크라머 UTA 전무는 "우리는 사모펀드를 악마화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다만 그들 없이 우리 영역에서 잘해나갈 수 있으며, 창의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영화 스튜디오들의 규모가 축소되고 전통적인 TV 산업계에서도 분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도 연예기획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LA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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