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스타일리스트가 극장서 펼치는 '맛토크'
'심야식당' 이이지마 "송강호씨 영화서 요리 선뵈고 싶어요"
이연복 셰프·홍석천 "셰프 열풍, 화려함만 보면 안 돼요"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0 17:51:43
스타 셰프·스타일리스트가 극장서 펼치는 '맛토크'
'심야식당' 이이지마 "송강호씨 영화서 요리 선뵈고 싶어요"
이연복 셰프·홍석천 "셰프 열풍, 화려함만 보면 안 돼요"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쿡방(요리방송) 전성시대', 극장가에도 음식이 풍년이다.
다양한 음식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 데 이어 음식영화로만 라인업을 채운 음식영화제도 잇따라 열린다.
그중 먼저 막을 올린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 일본의 이름난 푸드스타일리스트와 레스토랑 밖에서 전성기를 누리는 스타 셰프들이 찾아와 '맛있는 토크'에 나섰다.
◇ 이이지마 나미 "송강호씨와 영화 함께 하고 싶어요"
만화로 시작돼 TV드라마에 이어 영화로도 만들어진 일본 작품 '심야식당'은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이다. 그중에서 영화 '심야식당'은 국내 극장에서만 관객 10만명을 돌파했다.
음식이 주인공인 이 작품의 음식 스타일링을 맡은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카모메 식당', '남극의 셰프' 등도 맡았던 이이지마 나미다.
이이지마는 10일 오후 동작구 아트나인에서 이 영화 상영 후 영화제가 마련한 관객과의 대화 자리인 '맛있는 토크'를 찾았다.
화려한 정찬이 아니라 집에서 차려 먹는 밥 같은 담백한 요리를 선보여온 이이지마는 음식의 의미를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소박한 행복"으로 여긴다고 했다.
"아침에 준비해서 점심때 내놓아 누구나 맛볼 수 있는 것,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음식의 의미겠죠. 어렸을 때는 양념을 많이 쓴 음식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재료의 첫맛을 살리는 게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관객이 '맛있어 보이게 하는 것'과 '맛을 잘 내는 것' 중에 어느 쪽을 더 중시하는지 묻자 그는 '맛을 잘 내는 쪽'이라고 답했다.
"그 음식을 찍은 카메라맨에게도 진짜 맛있어 보여야 그렇게 찍을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감자와 고기를 넣어 만드는 음식을 찍었을 때 맛있게 보이려 기름을 얹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원래 쓰는 국물을 끼얹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촬영이 끝나면 다시 데워 스태프들에게 드려요."
그는 '심야식당' 촬영 때 마밥 1인분을 만들려고 밥을 10번 짓기도 했다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가장 필요한 자질은 '인내력'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력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이 있지만, 그걸 접어두고 연출자가 원하는 대로 스타일링하는 게 중요해요."
이이지마는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된 계기와 그에 따른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고등학생 때 남자친구를 위해 도시락을 싸줬어요. 2년간 싸줬는데 그가 이쪽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해 영양사 학교에 진학했죠.(웃음) 이걸 원작 만화가 야베 야로 작가한테 얘기했더니 그분이 이 에피소드를 만화로 그리셨어요."
그는 꿈이 무엇이냐는 한 관객의 물음에 배우 송강호의 이름을 꺼내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첫 번째 꿈은 지금처럼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것, 두 번째는 전 세계의 가정요리를 접하고 배워 이 분야의 프로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음식으로는 만두, 칼국수, 콩국수를 좋아해요. 저한테 한국 가정식을 가르쳐주실 분 없나요? 그리고 송강호 씨가 나오는 영화에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해 보는 게 꿈입니다!"(웃음)
◇ 이연복 셰프·홍석천 "셰프 열풍, 화려함만 보면 안 돼요"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냉장고를 부탁해'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셰프 이연복, 레스토랑을 차려 외식업계 입문 13년차가 된 방송인 홍석천도 푸드 칼럼니스트 박준우의 진행으로 '맛있는 토크'에 나섰다.
특히 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은 홍석천은 행사장을 꽉 채운 관객들에게 유쾌한 입담으로 요리 철학과 레스토랑 운영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태원 외식업계 3대 인물에 홍석천과 역시 최근 스타 셰프로 떠오른 미카엘 아쉬미노프가 들어간다는 진행자 박준우의 말에 "임대 계약 문제로 이태원 음식점을 닫아야 하는데 그 자리에 미카엘이 들어온다고 한다"고 말해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외식업을 시작할 때는 셰프가 아니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 공간, 내가 대접한 음식을 상대가 맛있게 먹는 행복, 부담없는 가격 등의 기준으로 시작했어요. 점점 운영비용이 올라가고 이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점이 괴롭지만, 음식을 대접하는 자기만족은 여전합니다."
중화요리 전문인 이연복은 요리할 때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요리할 때는 마음이 진짜 중요해요. 주위 환경이 짜증 날 때와 마음이 즐거울 때 한 요리는 맛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 정말 좋은 음식이 나옵니다."
요리학원을 운영한다는 한 관객이 최근 방송을 중심으로 한 '셰프 붐'에 어린 학생을 비롯해 학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중식의 매력을 묻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최근의 열풍에 우려를 표시했다.
"중식의 매력은 거칠고 규모가 크다는 것입니다. 십몇 인분을 만들곤 하니까요. 문제는 힘이 든다는 거죠. 저희 매장에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사흘 만에 나가는 사람도 있어요. 열에 한둘 정착합니다. 중식은 어느 정도 선에 올라서야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에는 지옥 같죠." (이연복)
"TV에 화려한 주인공으로 셰프가 나오지만, 요리는 노동입니다. 배워 갈 자세를 가지고 버텨야 할 수 있어요. 화려한 면을 보고 하고 싶은 사람은 결국 더 편한 곳을 찾아가게 됩니다."(박준우)
객석에서는 손님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힐링 푸드'가 있는지 질문도 나왔다.
이연복과 홍석천 모두 "누군가를 위해 만들지, 나 자신을 위한 요리를 특별히 하지는 않는다"며 겸연쩍게 웃었고 박준우는 '샌드위치'라는 소박한 메뉴를 꼽았다.
"매장에서 라면 끓여 먹을 때 재료가 많으니 삼겹살 볶다가 넣고 해산물을 넣기도 하는데… 손님을 위해서는 머리 써서 음식을 만드는데 나를 위해서는 그냥 사먹습니다."(이연복)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집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요. 그냥 식빵 사이에 재료 좀 넣고. 그 빵이 입천장에 붙으면 안도감이 들면서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어요."(박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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