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야당대표, 노조간부 시절 부정의혹에 총리꿈 '흔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10 10:35:23
호주 야당대표, 노조간부 시절 부정의혹에 총리꿈 '흔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토니 애벗 현 총리의 대항마로 차기 호주 총리로 유력한 노동당의 빌 쇼튼(48) 대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쇼튼 대표는 최근 총리선호도 조사에서 애벗 총리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는 등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총리 자리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상급노조 간부 시절 고용주와의 의심스러운 자금거래가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신뢰도나 평판에 타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호주 최대 노조 중 하나인 호주노동자연맹(AWU) 대표 출신인 쇼튼 대표는 8일과 9일 이틀간 중립적인 전담 조사위원회의 증언대 앞에서 AWU 대표 시절 사업자 측과의 자금거래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조사위원회는 애벗 정부가 고질적인 노동조합 비리를 뿌리 뽑겠다며 지난해 2월 설치한 기구다. 출범 당시 애벗 총리가 정적 쇼튼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쇼튼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 대형 건설업체 쪽과 협상을 타결한 뒤 30만 호주달러(2억5천만원)를 받거나, 유급 교육휴가 명목으로 대형업체 여러 곳으로부터 수백만 호주달러를 받은 사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또 한 회사로부터 10만 호주달러를 받기로 하고는 30만 호주달러짜리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거나, 고용주로부터 자금 제공을 약속받고는 버섯 채취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췄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많은 사례가 노조가 고용주 측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 벌어진 일로 '이해 충돌'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고 호주 언론은 10일 지적했다.
쇼튼 대표는 일부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한 반면 일부 사안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법관 출신인 다이슨 헤이든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쇼튼 대표가) 지난 수주 간 언론의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에 반박을 기대했다"면서 부실한 답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쇼튼 대표는 노동자들을 대변해 일한 경력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며 총리직 도전의 꿈을 분명히 밝혔다.
당 전체적으로는 아직 쇼튼 대표를 지지하는 분위기이지만 일부 전직 간부는 사임을 요구하고 있어 노동당이 쇼튼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지 주목된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10일 쇼튼 대표의 어려움은 끝난 것이 아닌 듯하다며 앞으로 수개월 안에 다시 조사위원회에 나와 증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07년 의회에 진출한 쇼튼 대표는 노동당 집권 시절 노사관계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등을 지냈으며 보수 연합인 자유-국민 연립에 정권을 내준 뒤인 2013년 10월 당 대표직에 올랐다.
노동당은 쇼튼 대표를 비롯한 많은 의원이 노조 간부 출신이거나 노조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을 정도로 노조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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