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절제의 덕, 여백의 미 '10,000km'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09 18:06:05


절제의 덕, 여백의 미 '10,000km'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사는 알렉스(나탈리아 테나)와 세르기(다비드 베르다게르)는 임신을 계획 중인 오랜 연인이다.

사진작가인 알렉스에게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년간 일하라는 제안이 오면서 계획은 흔들린다.

결국 알렉스는 LA로 떠나고 두 연인은 컴퓨터 화상 채팅으로 사랑을 이어 간다.

줄거리만 놓고 봤을 때 스페인 신예 카를로스 마르케스 마르세트 감독이 만든 영화 '10,000km'(만 킬로미터)는 현대 IT 문화를 바탕으로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는 평범한 로맨스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의 질감을 지닌다.

연극 한 편을 보여주듯이 영화는 제한된 무대와 인물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전화통화에서 수화기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상대편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 남녀 둘뿐이다.

컴퓨터 화면 속에 나오는 포털사이트 거리뷰를 빼면 무대가 되는 공간 역시 남자가 사는 바르셀로나 아파트와 여자가 1년간 머물게 된 LA의 집뿐이다.

그 흔한 회상신 하나 없을 정도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이야기 구성은 단순하고 2인극치고는 대사도 많지 않다.

신인으로서는 놀라운 절제의 미덕을 갖춘 감독은 이 많은 여백을 두 인물의 감정으로 채워넣는다.

분초마다 미묘하게 바뀌는 남녀의 감정, 거리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는 연인 사이의 미세한 균열,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은 스크린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남녀 관계의 본질을 통찰하는 그 시선은 예리하되 차갑지는 않다.

24시간 돌아가는 폐쇄회로(CC)TV 중계에 가깝던 남녀의 화상 채팅은 점점 한계를 드러낸다. 모니터밖의 삶까지 통제할 수는 없기에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쌓여간다.

컴퓨터 모니터와 마찬가지로 극장의 스크린 역시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으며 관객이 스크린 이면의 감정까지 느낄 때 깊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잘 아는 듯하다.

16일 개봉. 102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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