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② "역사 비교보다 메시지 봐야"(김기봉 경기대 교수)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06 08:00:06
② "역사 비교보다 메시지 봐야"(김기봉 경기대 교수)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TV 사극의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우리가 TV 사극을 보는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극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얼마나 맞고 틀린지를 따지는 이분법적인 태도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TV 사극이 어떻게 현재와 연결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6일 "사극이 현재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 하는지, 그런 점에서 예전 사극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그런 기준에서 좋은 사극과 나쁜 사극으로 나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역사는 사실이고 드라마는 허구다. TV 사극은 역사와 드라마가 낳은 자식인 셈이다. 그런데 역사가 사극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해서 드라마 족보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식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출세를 하게 됐다. 예전에 방영된 정통 사극만 보면 역사가 원본이고 사극은 그 복제로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시청자들이 사극을 보면서 역사로도, 드라마로도 본다. 그 경계선상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이제 TV 사극을 평가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행선이다. TV 사극 속 개별적인 내용 하나하나가 역사적인 사실과 틀리느냐 맞느냐를 떠나서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TV 사극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인데 그 손가락이 어떤 달을 가리키려고 하는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역사를 다룬 TV 사극들이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지는 이유는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가령 '화정'이라는 사극이 현재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담으려 하는지, 그런 점에서 예전 사극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그 손가락을 가지고 왜곡이냐 창작이냐고 다투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화정' 주인공인 광해에 대해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외교 문제다. G2 시대를 맞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우리의 고민과 광해의 고뇌가 연결되는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광해 고뇌를 극대화하기 위해 왜곡이나 창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V 사극은 꿈꾸는 역사다. 사극을 꿈처럼 해석해야 한다. 꿈은 (현실 반영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지 않느냐. 꿈인 사극을 현실 문법으로 보는 건 맞지 않다. 그건 왜 꿈이 현실을 왜곡하느냐고 따지는 것과 같다. 그것보다 왜 우리 시대에 (TV 사극을 통해) 그런 꿈을 꾸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에서 TV 사극은 좋은 사극과 나쁜 사극으로 나뉠 수 있다. '막장' 드라마가 있듯이 '막장' 사극도 있다. 역사적 인물의 사랑을 그리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측면도 가능하지만 좋은 사극이라면 그 안에 진정한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TV 사극을 통해 표출되는 그 꿈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거나, 현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현실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는 식으로 그 꿈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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