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성폭력 상담 위해 '또래 상담사' 나선다
대학-고교 연합 동아리 '집에 가는 길', 카카오톡으로 상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06 05:40:01
학생 성폭력 상담 위해 '또래 상담사' 나선다
대학-고교 연합 동아리 '집에 가는 길', 카카오톡으로 상담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서울시내 모 대학에 다니는 A씨는 올해 초 같은 과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원치 않은 관계를 맺었다.
'사귀는 사이라면 해야 한다'는 남자친구에게 휘둘려 억지로 성관계를 했지만, 마음이 너무 불편해 상담할 곳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소문이 날까, 학교를 계속 같이 다녀야 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해질까 걱정에 휩싸인 A씨는 학내 성폭력 상담센터 문 앞에서 돌아선 뒤 홀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가 고민을 털어놓은 곳은 또래들이 모인 동아리 '집에 가는 길'이었다.
성폭력 예방 대학생-고교생 연합 동아리 '집에 가는 길'은 카카오톡을 통해 9월부터 A씨 사례와 같이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집에 가는 길'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손예진(21·여)씨가 고등학교 때인 2010년에 아동 성폭력 예방 사진전을 관람하고서 만든 동아리다. 손씨가 대학 진학 후 대학 지부도 만들어 현재 100여명의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동 성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가 하굣길이라고 해서 안전하게 집에 가는 길 만들자는 취지로 동아리 이름을 '집에 가는 길'로 지었다.
그동안 주로 성폭력 예방 홍보 활동에 치중했으나 최근 개설한 페이스북을 통해 상담 요청 글이 종종 들어오자 상담 활동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손씨가 상담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은 카카오톡. 이용자가 많을 뿐 아니라 상담에 필수적인 '익명 보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단체 아이디를 만들어 대학생들이 이 아이디로 고민 글을 보내면 손씨를 비롯한 회원들이 이에 대한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단순한 '고민 들어주기'를 넘어선 전문적 상담을 위해 동아리 회원들이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인 서울해바라기센터에서 상담교육을 받기로 했다.
손씨는 "대학에 성폭력상담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학생들이 편히 찾기는 쉽지 않다"며 "용기를 내 찾는다고 해도 대부분 대면 상담과 상담센터에서 요구하는 각종 절차를 밟는 것이 부담스러워 상담을 곧 그만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은 공식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또래 친구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며 '집에 가는 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씨는 상담을 진행하다가도 피해자가 원하면 해바라기센터나 대학 내 상담센터로 연계해주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로 구성된 집에 가는 길은 또래 친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새내기 대상 행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 매체를 마련해 배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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