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①'성형수술=인생역전' 오도할 우려(이윤소 활동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02 08:30:00
①'성형수술=인생역전' 오도할 우려(이윤소 활동가)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외모가 바뀌면 인생도 바뀔 수 있다' vs.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성형조장 프로그램이다'
최근 다섯 번째 시즌의 방송을 시작한 tvN·스토리온 '렛미인'(Let美人)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렛미인'은 외모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성형수술 등을 통해 새로운 외모를 얻고 달라진 삶을 산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5번째 시즌까지 온 것은 그만큼 시청자의 호응이 컸음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외모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평범한 삶'을 살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고 성형수술 이외에 심리치료 등도 병행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성단체 등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외모가 변한다고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의 시선은 그대로 두고 개인이 외모를 바꾸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이 성형수술로 말미암은 부작용은 언급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과도하게 수술한 뒤 극단적인 수술 전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형을 조장한다고 비난한다.
'렛미인'의 박현우 PD와 여성민우회 이윤소 활동가로부터 찬반 의견을 들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윤소 활동가
방송을 보면 외모 때문에 고용 차별을 당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고쳐야 한다는 결론을 낸다.
고용 차별은 사회 구조적 문제이지 개인의 외모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는 그대로 두고 개인이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고용 차별 뿐 아니라 가정 폭력도 외모가 원인이라는 식의 재연이 나온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외모로 보는데 시청자에게 굉장히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본다.
외모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방송이 외모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고쳐줄 수는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외모 때문이라는 접근은 외모로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준다. 외모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외모를 가지고 차별하는 시각이 잘못된 것이고 이런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은 방송에서 다뤄진 적이 없다.
이런 프로그램에는 불우한 환경에 처해있는 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성형수술로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다뤄지는 것도 문제다. 성형수술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허구를 사실인 것처럼 보여준다.
'렛미인' 뿐 아니라 '화이트스완'(JTBC) '도전 신데렐라'(헤럴드동아TV) SBS TV 드라마 '미녀의 탄생' 같은 프로그램들이 잇달아 방송되면서 성형수술의 효과가 강조됐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사들은 '의느님'이라고 불리며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다.
수술·시술의 부작용이 많은데 부작용에 대한 언급 없이 극단적인 수술 전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형수술의 위험성보다는 효과에만 집중해 성형수술을 결정하게 한다.
성형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수술하고 그 효과를 과장해 보여주는 것은 미디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모든 프로그램이 동일한 미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뚱뚱하거나 못생긴 사람이 묘사되는 방식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찾기 어렵다.
영국드라마 '마이 팻 다이어리'를 보면 고도비만인 주인공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지만 사랑을 꿈꾸며 다른 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 '퀸카'인 친구도 나름의 고민, 불행한 면을 가지고 있다.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다'와 같은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렛미인'이 이번 시즌 들어 정신적인 문제도 다루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전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수술 병원, 의사 이름, 수술비용을 공지하는 등 광고 프로그램 같았는데 이제는 그런 정보도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성형 수술이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성형외과 의사가 주요 출연자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심리 치료 등을 하면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방법을 취하시는 것 같다. 특히 JTBC '화이트 스완'의 경우 우울증이 있었던 출연자가 성형수술 후 우울증이 나았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내면을 치료한다는 것을 오히려 성형수술의 효과를 강조하는 도구로 쓰지 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외모로 고통받는 사람을 도와주는 방송이라고 하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방송은 남모르게 하는 선행과는 다르다.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단 몇 명에게 수술을 시켜주는 효과보다 이로 말미암아 외모 차별이 당연시되고 성형수술을 가볍게 생각하는 풍토가 생기는 부작용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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