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무기중개상' 정의승씨 잠수함 도입 비리 영장(종합)
1천억대 중개수수료 페이퍼컴퍼니에 은닉…檢, 자금흐름 추적
군 상대 로비 정황…'억대 뒷돈' 예비역 해군 중장 구속기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01 17:20:57
△ 무기중개상 정의승 씨'1세대 무기중개상' 정의승씨 잠수함 도입 비리 영장(종합)
1천억대 중개수수료 페이퍼컴퍼니에 은닉…檢, 자금흐름 추적
군 상대 로비 정황…'억대 뒷돈' 예비역 해군 중장 구속기소
(서울=연합뉴스) 안희 김계연 기자 = 해군의 잠수함 도입사업을 둘러싼 거물급 무기중개상 정의승(76)씨와 군 사이의 비리 혐의에 대해 군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정씨는 해군 장교 출신으로 1970년대 중반 전역한 뒤 해군의 독일제 무기도입 중개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1세대 무기중개상'으로 불린다. 1993년 율곡비리 수사 때 해군참모총장에게 뇌물 3억원을 건넨 사실이 적발돼 구속된 전력이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정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외재산 도피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독일의 잠수함 건조업체 하데베(HDW)와 엔진제작업체 엠테우(MTU) 등 외국 방산업체로부터 받은 1천억원대 중개수수료를 홍콩 등지의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에 숨겨놓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정씨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세탁한 뒤 국내로 들여와 군 고위층 상대 로비자금으로 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외국 사법당국과 공조해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정씨는 MTU 한국지사장으로 일하다가 시스텍코리아와 유비엠텍 등 무기중개업체를 직접 운영했다. 해군의 209·214급 잠수함 뿐만 아니라 육군 K2 전차의 핵심 부품인 파워팩 도입도 중개했다. 잠수함 사업만으로 2천억원 넘는 중개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특히 해군이 2000년대 들어 본격 추진한 214급(1천800t급) 잠수함 도입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2019년까지 9척이 도입되는 214급 잠수함은 HDW의 부품과 설계기술에 MTU의 디젤엔진이 장착된다. 사업비만 3조7천여억원에 달한다.
합수단은 정씨가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사업비가 함께 부풀려졌거나 군이 성능문제를 눈감아줬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214급 잠수함은 잠항능력을 결정하는 연료전지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데도 인수평가를 그대로 통과해 '잠수 못하는 잠수함'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정씨의 구속 여부는 2일 오전 10시30분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합수단은 정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군 수뇌부 상대 로비 여부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로비 혐의는 이미 일부 포착됐다. 합수단은 정씨에게서 격려금과 고문료 명목으로 1억7천5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예비역 해군 중장 안모(64)씨를 구속기소했다.
정씨는 2011년 10월 자신의 무기중개사업에 부정적인 언론보도를 무마하려고 안씨에게 뒷돈을 건넸다. 당시 한 외신은 "MTU가 정씨에게 3천990만유로(약 630억원)를 지급했고 이 중 2천300만유로는 부적절한 커미션일 가능성이 있다. MTU 싱가포르 지사와 정씨가 직무훈련(OJT) 명목으로 한국 장교들을 동남아 휴양지에 초청해 향응과 고가의 선물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정씨의 부탁을 받은 안씨는 해군 감찰실장에게서 "OJT프로그램은 긍정적 효과만 있었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아 정씨에게 가져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2008년 9월 취업에 쓰려고 방위사업청에 근무하는 부하를 시켜 해군의 3천500t급 잠수함 관련 군사기밀 2건을 얻은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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