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건 북한"…북한은 '독자노선' 유지할 듯
미국-쿠바 대사관 재개설에도 미국 겨냥 도발 가능성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7-01 11:43:19
△ 리수용 北외무상, 쿠바 방문
(AP=연합뉴스) 리수용 북한 외무상(왼쪽)이 16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무장관과 회담에 들어가기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폭넓게 강화하고 싶다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marshal@yna.co.kr
North Korea's Foreign Minister Ri Su Yong, left, shakes hands with Cuba's Foreign Minister Bruno Rodriguez during a photo opportunity before their meeting in Havana, Cuba, Monday, March 16, 2015. (AP Photo/Liu Bin, Pool)
"이제 남은 건 북한"…북한은 '독자노선' 유지할 듯
미국-쿠바 대사관 재개설에도 미국 겨냥 도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미국이 1일 수십년간의 적국이었던 쿠바와 대사관 재개설에 합의함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목한 '적국 3국' 중에 북한만이 남게 됐다.
중동의 미국 적국인 이란도 핵협상을 벌이며 미국과 관계개선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9년 대통령 취임 이전 '적과의 대화'를 약속하면서 언급했던 북한과 쿠바, 이란 중에서 북한만이 홀로 적국으로 남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외톨이가 된 북한은 쿠바와의 전통적 우호 관계는 이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사회주의권 외교를 책임지는 노동당 국제부의 강석주 비서가 지난달 말 쿠바로 날아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을 만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인사를 전달하고 우호 관계를 강조한 것도 미국과의 수교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라울 의장도 "쿠바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원칙적 입장을 끝까지 견지할 것"이라면서 "피델 카스트로와 김일성 주석이 마련한 두 나라 친선관계는 대를 이어 변함없이 강화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쿠바와의 전통관계를 붙잡는 모양새지만 쿠바를 따라 배워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미국은 그동안 6자회담 5개 당사국 간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북한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탐색적 대화'를 모색했으나 북한은 이런 움직임을 외면했다.
미국은 지난 1월에 이어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종료된 직후인 지난 5월 초에도 북한에 '탐색적 대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2월 초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과 핵실험을 함께 임시 중지하자는 제안을 내놓고는 탐색적 대화를 시종일관 모른 체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반도 주변 상황도 북미간 냉랭한 기류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남한과 미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유엔을 중심으로 한 제재 뿐 아니라 독자제재 조치까지 취하는 등 대북 압박 공조의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을 다독여 대화로 이끌 상황이 못된다. 2013년 3차 핵실험과 같은해 12월 장성택 처형, 작년 시진핑 주석의 선(先) 방한으로 북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돼 있다.
더욱이 중국과 미국이 지난달 말 최고위급 외교협의체에서 북한의 '핵무력·경제발전 병진노선'의 문제점을 이례적으로 공식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심기는 더욱 불편해 보인다.
결국 김정은 체제는 남한, 미국, 중국과의 갈등에 개의치 않고 이미 설정해 놓은 자신들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핵문제 등 대미 관계에서 보수적이고 공격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 깊숙이 개입하며 2005년 '9·19 공동성명'을 기획·집필했던 양시위(楊希雨)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선의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취임 이후 부친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한 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공식 기관과 매체들도 미국의 '초강도 제재 압박'에 맞서 오히려 핵무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비핵화 '흥정' 논의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발사, 나아가 4차 핵실험 같은 대형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발사대 증축 공사가 10월 전까지는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적 수준의 도발이 있다면 10월 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김정은 정권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 있는 파격적인 제의가 없는 한 북한을 여전히 적국으로 남겨놓은 채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남한과 미국의 대북 정책은 압박과 제재를 앞세운 북한의 '굴복'이어서 북한은 종전처럼 앞으로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도발적 행보를 더 높여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이 때문에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미국의 대선과 남한의 총선도 맞물려 있어 오바마 대통령 임기 기간 대북정책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