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외국제품도 OK"…이란 주부들의 '변심'
"품질 우선시…미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30 03:02:57
"외국제품도 OK"…이란 주부들의 '변심'
"품질 우선시…미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테헤란 시내에서 가장 큰 대형마트인 '하이퍼스타'의 식료품 코너에선 흥미로운 이름의 상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페셜 M'이라는 시리얼 제품은 누가 봐도 미국 켈로그사의 히트 상품인 '시리얼 K'와 포장 디자인이나 글자까지 빼다 박은 복제품이었다.
켈로그에서 이란 내 판매권을 받아 현지화한 제품인가 했더니 이란 회사 마마이힌이 자체 생산한 제품이라는 매장 직원의 설명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켈로그사는 2012년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강화되자 이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란 소비자들은 이 제품이 미국의 켈로그의 시리얼K를 모방했고, 그 인지도를 이용한 이른바 '미투'(me too) 제품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제품을 고른 한 이란인 주부는 "제재 이전 켈로그 제품을 많이 샀었는데 지금은 이와 가장 비슷한 스페셜 M을 대신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스타 매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했고 양도 풍부해 보였다.
특히 네슬레, 트윙스와 같은 유럽 제품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의 초코파이, 2080치약 등도 매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 매장 측은 전체 제품의 약 25% 정도가 수입품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경제제재 뒤 외국 업체들이 한꺼번에 이란을 떠났지만 2013년 11월27일 핵협상이 잠정 타결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서방에서 수입된 제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란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하이퍼스타 역시 프랑스 회사 까르푸가 정치적 이유로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곳이다.
하이퍼스타의 김명수 이사는 "일주일에 5곳 정도 입점을 문의해온다"며 "이란 소비자들은 품질만 좋으면 외국 제품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로 주부들이 오는 이 매장에서 만난 이란 현지인들도 이에 동의했다.
가정주부 샤헤르 마임씨는 "제재가 풀려 시장이 개방되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지 않겠느냐"며 "예전엔 이란 제품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제품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정부가 내세우는 '저항경제'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위축되지 말고 자급자족으로 대항하자는 뜻도 있지만 핵협상이 진전되면서 시장 개방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산품 애용'으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 느껴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국산보다는 선택의 다양성과 품질을 더 우선하고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앙숙'이지만 미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었다.
질스 알렉스 프랑스 다농 이란법인 대표는 "이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품질"이라며 "한 걸음 더 먼저 이란 시장에 진입해 이란 소비자를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