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시아 군비경쟁 재현(?)…"3차 대전 위협"
서방-러시아, 끝간 데 모를 대치 상태 지속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9 15:54:45
서방-러시아 군비경쟁 재현(?)…"3차 대전 위협"
서방-러시아, 끝간 데 모를 대치 상태 지속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가 상대를 향한 '무력시위'를 주고받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나토는 러시아와 군비경쟁을 벌일 의사는 없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라 나토의 전력 증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나토는 이에 따라 신속대응군 규모를 현재의 1만3천 명에서 4만 명으로 대폭 늘리고 분쟁지역과 테러 현장에 48시간 내에 투입돼 초기 진압 작전을 벌일 5천 명 규모의 초신속합동군도 창설하기로 하는 등 전력 효율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의결했다.
이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올해 안에 40기 이상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할 것"이라면서 "누군가가 러시아 영토를 위협한다면 러시아는 이런 위협을 야기하는 국가들을 향해 무기를 겨냥해야만 한다. 나토가 우리 국경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 수석)은 같은 날 "러시아가 군비경쟁에 나선 것이 아니다. 단지 있을 수 있는 위협들에 대응하려는 것일 뿐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면서 러시아가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있다는 비난을 비켜나려 했다. 미국과 나토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을 뿐이라는 항변인 셈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서방과 러시아 간 대치는 사실상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해 4월 친 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까지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정부군과 교전에 들어가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은 고조됐다.
올해 들어서도 양측의 대치는 이어졌다. 1월29일 영국 해협에 두 대의 러시아 폭격기가 등장해 영국 공군 전투기 2대가 요격 비행에 나서 약 300m 거리에서 초근접 비행했다. 나토는 그 다음 달 5일 신속대응군 확대 및 신속대응군 지휘센터(발트 3국·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 설립 방침을 발표했고 러시아는 이에 2월 10일 남부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2월 18일에는 러시아 장거리 전략핵폭격기 Tu(투폴례프)-95 두 대가 민간 여객기 항로인 아일랜드 해변에서 약 40km까지 근접해 영국 공군기 두 대가 요격 비행했으며 에스토니아의 독립기념일인 2월 24일, 북동부 도시인 나르바에서 열린 군사퍼레이드에 미국, 영국을 포함, 나토 7개국이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2월25일 미국은 우크라이나 리보프 지역에 10월31일까지 300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3월 5일 발트해 영공 감시에 투입된 이탈리아의 타이푼 전투기들은 러시아의 역외(域外)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발진한 러시아 정찰기 Il(일류신)-20을 요격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의 샤울랴이 기지를 출격해야했다. 이어 9일에는 애틀랜틱 리졸브 훈련에 투입될 6대의 '에이브럼스' 탱크와 6대의 '브래들리' 장갑차 등 120대 이상의 미국산 전투장비들이 라트비아에 도착했다. 나토는 이 훈련을 위해 750대의 장비와 3천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했고 하루 뒤인 3월 10일 미국, 캐나다, 독일, 터키, 불가리아, 루마니아의 함정들이 참여한 나토 해상훈련이 흑해에서 시작됐다.
이에 맞춰 케메로보, 오렌부르크, 첼랴빈스크 주 등 러시아 각지에서 총 4천500정의 각종 포가 동원된 대규모 사격훈련이, 블라디미르와 오렌부르크 주에서는 약 2천 명의 병력과 100대의 장비가 참여한 맞대응 훈련이 각각 시작됐다.
그로부터 1주일가량 흐른 3월 16일, 푸틴 대통령은 흑해함대와 유럽지역을 담당하는 서부군관구 소속 일부 부대, 그리고 공수부대에 전면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무려 3만 8천 명의 병력과 3천360대의 장비, 41척의 함정, 15대의 잠수함, 110대의 항공기와 헬기가 동원됐다.
최근에도 나토는 지난 5일부터 20일까지 발트해 지역에서 미군 주도로 17개 나토 동맹국의 6천 명 병력이 참여한 합동군사훈련을 펼쳤다. 폴란드에서는 지난 9일부터 10일간 나토 9개국, 2천100명의 병력이 참여한 신속대응군 기동훈련이 실시됐다. 러시아 역시 발트해 주변과 북극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늘려왔다. 지난달에는 북해 함대 소속 병력 8만여 명을 동원, 북극지역 작전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유리 야쿠보프 러시아 국방부 조정관은 얼마 전 "미국의 유럽내 군사장비 배치는 냉전 이후 가장 공격적인 행보"라면서 "이제 러시아도 서쪽 국경지역을 보강하기 위해 거리낄 게 없어졌다"고 단언했고 블라디미르 샤마노프 공수부대 사령관은 나토의 신속대응군에 맞서 "러시아 영토는 물론 그 주변지역에서 즉각 군사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 10개 대대를 창설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세계화연구센터를 설립해 이끌고 있는 미셸 초서도브스키 센터장은 이란국영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토와 미국이 동유럽 지역에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러시아 국경부근에서 군사놀음을 하면서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동들은 실제로 3차 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29일 전했다.
초서도브스키 센터장이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 출신으로, 미국 및 나토의 대외 정책에 비판적이지만 이란과 시리아 정부에는 우호적인 시각을 보여온 인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 국면은 아슬아슬하기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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