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편이나?" "우린 호주편" 정부-공영방송 정면충돌

테러동조자 생방송 출연 놓고 총리 비난에 사장 반박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6 11:04:13


"누구 편이나?" "우린 호주편" 정부-공영방송 정면충돌

테러동조자 생방송 출연 놓고 총리 비난에 사장 반박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당신들은 누구 편이냐"(토니 애벗 호주 총리) "우리는 정부의 대변자가 아니다. 우리는 호주편이다."(공영방송 사장)

호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ABC가 '테러 동조자'로 의심되는 인물을 생방송 시사 토론프로그램에 청중으로 참여시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할 발언 기회까지 주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애벗 총리가 방송사에 해당 책임자들을 "잘라라"(heads should roll)라고 요구하는 등 날로 비난 수위를 높이자, 마크 스콧(52) ABC 사장이 "우리는 국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정면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스콧 사장은 25일 밤 멜버른의 한 행사 연설을 통해 작심한 듯 정부를 정면으로 겨낭했다. 이날 연설은 애초 호주 컨텐트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었으나 정부의 날선 비난이 이어지는 등 자사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자 주제가 바뀌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6일 전했다.

스콧 사장은 이날 장시간의 연설을 통해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국영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임을 규정하는 것이라며 "우리 방송이 북한이나 러시아, 중국처럼 국영방송이 되길 희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신들은 누구 편이냐'는 애벗 총리의 비난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분명히 호주편"이라고 강한 어조로 대응했다.

스콧 사장은 "'표현의 자유'의 원칙은 �로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언론은 범죄자나 부패한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콧 사장은 프로그램 제작진이 미리 녹음된 질문을 준비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정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으며 이미 내부적으로도 감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은 지난 22일 ABC의 시사 토론프로그램 'Q&A' 측이 테러 동조자로 의심받는 자키 말라를 청중 자격으로 참여시켜 발언까지 하게 하면서 촉발됐다.

말라는 테러 연루 혐의를 받았지만 2005년 재판 끝에 무죄가 됐고, 이후 정보요원들을 살해하고 자살하겠다고 위협해 복역하는 등 호주 정부로부터 요주의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패널로 참여한 집권 자유당 한 의원이 말라를 향해 '나라 밖으로 내보내지는 걸 보고 싶다'고 하자, 말라는 그같은 발언이 많은 호주계 무슬림들의 이슬람국가(IS) 합류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말라는 또 자신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대로라면 무죄 판결을 받은 자신도 시민권을 박탈당했을 것이라며 테러 혐의를 받는 이중국적자에게는 판결 이전이라도 시민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정부 법안을 비판했다.

방송에서는 말라의 발언 후 일부 청중이 공감하는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말라의 출연과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애벗 총리는 "좌파 패거리"가 범죄자 겸 테러 동조자에게 선전의 장을 제공했다고 비난하고 정부의 조사 방침과 함께 방송 보이콧, 제작진 인사 조치 요구 등을 잇따라 내놓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ABC 측은 방송 다음날 성명을 통해 판단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정부 측의 비난이 계속되자 스콧 사장이 정면대응으로 선회하면서 양측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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