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페스 '베네수엘라의 케네디'인가 '권력욕의 분열주의자인가'

30일간 옥중단식으로 마두로에게서 총선일정 확정 얻어내
총체적 위기의 베네수엘라 진로 중대 고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4 16:46:35

△ 레오폴도 로페스와 그의 부인 릴리안 틴토리. 출처: freeleopoldo.com

로페스 '베네수엘라의 케네디'인가 '권력욕의 분열주의자인가'

30일간 옥중단식으로 마두로에게서 총선일정 확정 얻어내

총체적 위기의 베네수엘라 진로 중대 고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베네수엘라에서 레오폴도 로페스(44) 민중의지당 대표의 30일간의 옥중단식 투쟁 끝에 그의 요구대로 정부가 총선 일정을 확정함으로써 남미의 위기국가 베네수엘라의 진로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 4월 베네수엘라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여당연합 지지율이 25%인 데 비해 야당연합은 2배 가까운 45.8%로 나타났다.

현재로선 야당연합이 12월6일 총선에서 압승, 고(故)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1998년 집권이래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베스를 계승한 마두로 대통령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카리스마에, 심각한 생필품난을 동반한 경제난과 살인 등 강력범죄의 폭증, 세 자리 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궁지에 몰려 있다.

그런 만큼 오는 12월6일 총선을 향해 가는 도정에 좌파 마두로 대통령 진영과 우파 야당연합간 격렬한 충돌로 베네수엘라가 다시 총체적인 혼돈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중산층 이상과 대기업 노조 등을 주기반으로하는 야권은 우선 의회 장악을 통해 차베스-마두로로 이어지는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중단시키려 하는 반면,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했던 절대 지지층인 거대 규모의 도시빈민 등 빈곤·소외층를 동원해 수성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헌법상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선출직 공직자가 국민소환투표 대상이기 때문에 야당이 총선에서 이기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이 추진될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미 지난해 봄 총 43명의 사망자를 낸 장기간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으면서 사회·경제적 동요에 정치적 혼란이 겹치는 위기를 맞았었다.

로페스는 옥중단식에 들어가면서 내걸었던 정치범 석방, 검열과 정치탄압 중단, 선거일정 확정 및 국제선거감시단의 참관 등 요구 사항 중 선거일정 확정만 받아냈으나, 이를 통해 야권의 대표주자 위상을 내외에 확실하게 굳히는 데는 성공했다.

이미 그는 지난해 2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수배받다 투옥됨으로써 그동안 야권의 수장이던 엔리케 카프릴레스(43) 대신 "마두로에 반대하는 야권의 얼굴이자 상징"(미국 공영방송 NPR, 2014년 2월20일 자)으로 자리매김했다.

옥중단식 기간 그를 지원하는 논평을 간간이 낸 미국 국무부는 22일 단식중단과 선거일정 확정을 환영하면서 로페스가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분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민주적인 대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인권단체들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UNHCHR)도 그동안 그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지난 7일 마두로 대통령의 프란치스코 교황 면담을 앞두고는, 교황에게 로페스 석방을 지원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청이 잇따르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부담을 느낀 듯 막판에 귀 염증을 구실로 이탈리아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에 비해 카프릴레스는 2012년 대선과, 차베스 사후 2013년 대선에 야권통합 후보로 나서서 각각 차베스와 마두로에게 패배하고 현재 야권연합의 대표로, 마두로 정권과 대화와 타협을 추진하는 온건 노선을 걷고 있다.

그는 좌우로 양극화된 베네수엘라에서 브라질의 룰라식 '실용 좌파' 노선을 내세워 공개석상에서 마두로와 악수를 하기도 하는 등 마두로 대통령 지지자들한테도 손을 뻗치며 좌우통합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달 로페스가 옥중단식 선언과 함께 반정부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한 데 대해 카프릴레스는 강경투쟁이 총선과 당면 경제난 해결 등에 대한 국민 관심을 분산시킨다는 이유로 시위를 주도적으로 조직하지 않았다.

다만 그도 베네수엘라 전국에서 약 20만명이 호응하고 나선 시위에 참여하긴 했다.

로페스는 투옥에 앞서 수도 카라카스 번화가에 운집한 군중 앞에 나타나 마두로 정권 퇴진 시위를 계속할 것을 촉구하면서 "(나의) 투옥이 민중을 깨울 수 있다면 가치가 있다"는 말을 남기고 부인과 작별 입맞춤을 하고는 군중을 가르며 경찰에 끌려가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정치효과 극대화 수완도 갖고 있다.

정적이었던 차베스의 대중 어필 수완과 닮은꼴이다.

그가 투옥 15개월 만에 옥중단식에 나선 것은 지난해 봄 반정부 시위가 소득 없이 끝난 후 야권의 분위기가 가라앉고 카프릴레스 주도하에 온건 대화노선으로 선회한 것을 반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마두로 대통령에게 거칠게 대립각을 세우는 로페스에 대해 미국의 외교안보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지난 10일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기사를 통해 "대기중인 베네수엘라의 케네디(JFK)"라는 등으로 치켜세웠다.

외신들이 "영화배우급"이라고 평하는 준수한 외모와 날렵한 몸매에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공공정책학 석사, 국영석유회사 선임 경제분석가와 베네수엘라 명문대 경제학 교수 출신, 거기에다 베네수엘라 최고의 명문가 후손이라는 자질과 배경은 외관상 베네수엘라의 케네디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특히 베네수엘라 건국의 아버지이자 제2대 대통령인 시몬 볼리바르의 먼 종손(從孫)이고 초대 대통령 크리스토발 멘도사의 증손이라는 점에서 "출신 가문만으로도 유럽계 정치 엘리트의 일원으로 혜택을 누리는" 인물이라고 NPR은 설명했다.

이에 반해 차베스를 이어 반미 성향을 유지하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은 두툼하고 둔중해 보이는 몸피에 콧수염을 기른 얼굴, 고교 중퇴, 전직 버스 운전기사, 좌파 노조지도자의 아들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극대비시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로페스에 대해, NPR은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지도자에 관해 알아야 할 5가지' 보도를 통해 지난 2002년 반 차베스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를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 2006년 LA타임스는 7월19일 자에서 "로페스 비판론자들은 로페스와 다른 야당 지도자들이 베네수엘라 정치에서 증오 조성에 일조한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많은 사람들이 로페스가 쿠데타 기간에 시위대에 의한 내무장관 체포에 참여한 것에 아직도 화가 나 있으며, 자신이 시장으로 있던 차카오시의 광장을 쿠데타군과 지지자들에게 내줌으로써 베네수엘라의 분열에 이바지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민주 절차에 의해 선출된 합법적인 차베스 정부를 전복하려는 쿠데타에 관여하거나 동조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포린 폴리시는 미 국무부가 지난 2009년 본부에 보낸 전문에서 로페스에 대해 "지속적인 인기와 카리스마, 그리고 조직가로서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폭로전문 매체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전문을 보면 "로페스 '문제'"라는 항목에서 그에 대해 "야당내에서 분열적인(divisive) 인물이 됐다"며 "그는 종종 오만하고 보복적이며, 권력욕이 강하다는 평을 받는다"는 대목도 있다.

로페스는 지난 2000년 수도 카라카스를 구성하는 5개 자치시중 가장 부유한 차카오 시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차베스에 대한 가차없는 반대의 선봉에 섰다.

그로 인해 차베스의 집중표적이 돼 여러 차례 총격을 받기도 했으며, 특히 2006년 2월엔 강연중인 대학 강단에 들이닥친 무장 괴한들에게 6시간이나 인질로 잡혀 있기도 했고, 한 달 뒤엔 평소 로페스가 앉는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있던 경호원이 여섯 발의 총탄을 맞아 숨지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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