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에 병균이라도 묻었나요?"…평택농민 한숨

메르스 사태이후 체험예약·구매 취소 잇따라…체험관광객 '0'명
"메르스와 농산물은 무관하니 구매해달라" 호소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3 10:17:02

"블루베리에 병균이라도 묻었나요?"…평택농민 한숨

메르스 사태이후 체험예약·구매 취소 잇따라…체험관광객 '0'명

"메르스와 농산물은 무관하니 구매해달라" 호소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평택에서 만난 농민의 입에서는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경기도 자치행정국 총무과에 근무하는 유재훈(34·6급) 주무관은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지역인 평택을 다녀온 소감을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그는 지난 20일 동료 공무원들과 함께 평택시 고덕면에 있는 영원블루베리 농장을 찾아 일손을 도왔다.

메르스 진원지로 알려지면서 평택지역 농산물까지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져 평택지역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는 지경이었다.

유 주무관이 직접 본 평택지역 농민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유 주무관 등 자치행정국 공무원 32명이 찾아간 영원블루베리 농장은 블루베리 수확철인 6월 한달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체험과 직거래로 수입을 얻는 농가였다.

6월 한달간 800명에서 1천명까지 관광객이 찾아왔다는 이 농장은 메르스가 휩쓸고 간 올해에는 사정이 달랐다.

올해 체험관광객은 지금까지 한명도 없다. 한창 블루베리 관광객이 몰릴때 메르스 역풍을 맞은 까닭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고 학교가 휴업하면서 단체관광객이 없어졌다.

체험비가 1인당 1만원이니 1천만원 가까운 수입이 날아간 셈이다.

체험 관광객 감소는 체험비 뿐 아니라 수확한 블루베리의 판로감소로 이어졌다.

유 주무관은 "원래는 체험을 하고 블루베리를 직거래로 판매하면서 수입을 얻었지만, 관광객이 없으니 살 사람도 없어 그대로 냉동창고로 직행하고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냉동블루베리는 생 블루베리보다 25% 이상 가격이 낮다. 농민들의 피해가 계속 커 갈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영원블루베리 농장은 메르스가 발병하면서 300㎏어치 블루베리 구매예약이 취소됐다. 900만원에서 1천만원이나 되는 돈이다.

관광객 감소 뿐 아니라 일손 구하기가 농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상황이 됐다.

평택시가 메르스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물론 아무도 일을 하러 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동네 어르신이나 가족들이 블루베리 수확에 나서고 있지만 일손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영희 영원블루베리 농장주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격적인 수확철이지만 메르스 진원지라는 이유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웠다"면서 "메르스와 농산물은 아무 관계도 없는데 평택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하면 무슨 병균이라도 묻은 듯 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지금은 메르스가 진정되면서 체험하러 오겠다는 단체관광객이 조금 생겨나고 있어 다행"이라면서 "메르스하고 농산물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평택지역 농산물을 많이 팔아달라"고 호소했다.

경기도는 이번 주말에도 평택지역 농가에서 공무원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160명이 신청한 상태다.

앞서 18일 감사관실 소속 공무원 32명이 평택시 포승읍에 있는 과수원에서 일손돕기를 시작한데 이어 20일에는 자치행정국 32명, 농정해양국 47명, 수자원본부 9명 등 총 123명이 평택지역 농가에서 일손돕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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