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관계 정상화 이제 시발점에 불과하다
부자동네타임즈
| 2015-06-22 19:00:38
[ 부자동네타임즈]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교차 참석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협력과 경쟁, 갈등과 반목의 지난 5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일 관계 원년의 첫 페이지를 열어 나아가자는 암묵적 선언이자, 수교 이래 최악인 한일 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나가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 악화할 수 있었던 양국 관계가 서로의 노력과 양보로 개선의 실마리를 잡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양국 정상은 이날 한목소리로 미래와 차세대를 얘기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아가자"며 과거사 원칙론에서 한 걸음 물러선 듯한 입장을 보였다. 아베 총리도 "양국 국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다음 반세기를 개선·발전시키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양국 정상의 메시지는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를 더는 방치할 수 없으며, 자신들의 집권기에 결자해지의 자세로 양국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다짐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오늘 양국 정상의 리셉션 교차 참석과 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메시지가 한일 관계 정상화의 완결판도 중간 단계도 아닌 단지 시발점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 양국 관계 악화의 근본적 원인 제공자인 일본 측의 공식 사과와 반성을 듣지 못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하고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정에서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반영하는데 사실상 합의했다고 하지만 이것이 향후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책략은 아닌지 의심부터 드는 것이 지금의 한일 관계다. 한일 양국은 위안부 실무협상에서 아직도 핵심쟁점인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를 타결짓지 못해 막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양국 국민을 모두 납득시킬 수 있는 결론을 한일 당국자들이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물론 일본이 국가차원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50명의 생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과하고 보상한다면 말끔하게 해결될 일이다. 아베 총리가 종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담화에서 분명하게 과거 침략사를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추후 일본의 태도 변화나 도발이 없는 한 과거사가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는 일은 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이 그동안 보여준 역사인식으로 미뤄 볼 때 이런 기대는 난망처럼 보인다. 일본 정부는 아베 담화를 각의 결정 없이 총리 개인 담화로 하고 발표 시기도 8월 15일 이전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사죄와 반성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싫은 아베 총리가 담화의 격을 낮춤으로써 상황 악화를 피해가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흔히 친구는 고를 수 있지만 이웃은 고를 수 없다고 한다. 이웃 간에 서로 돕고 협력하면 그 시너지 효과는 두 배, 세 배가 되겠지만 서로 증오하고 질시한다면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지금 양국 국민의 상대방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다.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일본인의 10%, 한국인의 6%만이 상대국에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왔다고 한다. 수년 전에 비해 훨씬 악화한 수치다. 이렇게 악화한 국민감정을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란 쉽지 않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억지로 풀려고 함부로 가위를 댄다면 오히려 아니 댄 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인내심이 모두에게 필요한 때다. 모처럼 조성된 양국 관계 개선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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