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오픈 우승 날린 1m퍼트…300야드보다 더 먼 쇼트 퍼트>
김인경·박성현 우승 퍼트 실패…기술보다는 정신적 원인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2 15:50:21
김인경·박성현 우승 퍼트 실패…기술보다는 정신적 원인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이 500야드가 넘는 거리는 단 2타만에 도달하고도 4미터 거리에서 3퍼트에 울었다.
특히 그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1.2m 쇼트 퍼트를 실패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기회를 날렸다.
존슨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 골프장(파70·7천384야드)에서 열린 제115회 US오픈골프대회 4라운드 18번홀에서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조던 스피스(미국)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프로 골프 선수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퍼트 거리는 4피트(약 1.2m)라고 한다.
성공하면 당연한 것이고 실패하면 바보가 되는 거리라서 그렇다.
PGA 투어에서 4피트 퍼트 성공률은 97%가량이다. 3%는 실패한다는 뜻이다. 1m가 채 안되는 3피트 거리에서는 99% 성공한다. 그래도 그걸 놓치는 경우가 1%나 된다는 얘기다.
안병훈(22)이 우승한 유럽프로골프투어 BMW 챔피언십 3라운드 때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12번홀에서 4피트 거리에서 4퍼트를 했다. 3차례 퍼트가 모두 4피트 이내였지만 모두 홀을 비켜갔다. 성공률 97%라는 통계가 무색했다.
4피트 거리 퍼트를 앞둔 골프 선수의 심정은 축구 승부차기 키커와 비슷하다. 승부차기 역시 90% 이상은 성공하지만 어쨌든 실패할 가능성은 있고 실패하면 심리적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존슨은 4m 거리의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의 이글 퍼트에 이어 1.2m 버디 퍼트는 왼쪽으로 빠트렸다.
이글 퍼트가 예상만큼 휘지 않자 오르막 버디 퍼트 때는 라인을 덜 본 것이다. 아니면 긴장한 나머지 스트로크가 당겨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견고한 임팩트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그는 3% 이하라는 4피트 퍼트 실패 확률의 덫에 걸려들었다.
게다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의 주인을 가리는 결정적인 퍼트였다.
나상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 예상된다"면서 "존슨이 겪을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보기가 끔찍했다"고까지 말했다.
골프팬의 뇌리에 남아 있는 가장 충격적인 쇼트 퍼트 실수는 2012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김인경(27·한화)이 30㎝ 파퍼트를 놓친 것이다.
30㎝ 퍼트를 성공하면 생애 첫 메이저 왕관을 쓸 수 있었던 김인경은 퍼트를 너무 강하게 친 바람에 볼이 홀을 돌아나오는 불운을 당했다.
결구 연장전에 끌려들어간 김인경은 유선영(29·JDX)에 우승컵을 내줬다. 김인경은 이후 30㎝ 쇼트퍼트 실수에 따른 정신적 충격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했다.
21일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성현(22·넵스)도 불과 2주 전 쇼트 퍼트의 악몽에 빠졌던 적이 있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1m짜리 챔피언 퍼트를 놓친 박성현은 연장전에서 무너졌다. 생애 첫 우승의 꿈을 날린 박성현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박성현은 "잊어버리려고 해도 주변에서 자꾸 '괜찮냐'고 물어보니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박성현은 2주만에 우승을 차지해 정신적 충격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2011년 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최경주(45·SK텔레콤)와 연장 승부를 벌인 데이비드 톰스(미국)는 1m짜리 파퍼트를 놓쳐 최경주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다.
최경주도 깜짝 놀랄만큼 어이없는 실수였다. 톰스는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12승이나 올린 베테랑이었다.
아시아 투어 최강자로 군림하다 PGA투어 진출을 시도한 강욱순(48·타이틀리스트)은 2003년 퀄리파잉스쿨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30㎝ 파퍼트를 놓쳐 보기를 적어냈다.
이 1타 때문에 강욱순은 퀄리파잉스쿨에 낙방했다. 집에서 TV로 지켜보던 강욱순의 후배인 최경주의 부인 김현정 씨는 파퍼트 직전에 '아 이제 됐다'는 생각축하 파티 음식 준비를 하려고 부엌으로 갔다가 나중에 낙방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강욱순은 이때 적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2001년 US오픈 때 레티프 구센(남아공)은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1m 챔피언퍼트를 놓쳤다. 졸지에 18홀 연장전을 더 치르게 된 구센은 악전고투 끝에 겨우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한동안 쇼트 퍼트 울렁증에 시달렸다.
다소 오랜 일이지만 1970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더그 샌더스는 1m가 채 안되는 짧은 퍼팅을 넣지 못해 우승을 놓친 사건은 골프 호사가들이 '쇼트 퍼트 잔혹사'를 다룰 때 꼭 언급하곤 한다.
스콧 호크가 1989년 마스터스에서 1미터 챔피언퍼트를 실패해 우승이 좌절된 사건도 유명하다.
나상현 위원은 "기술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게 되고 확신이 안 서는 상황에서 스트로크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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