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작은학교 통폐합보단 활성화…도·의회와 정주여건 마련 노력"
"누리과정 막막…국가 또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1 06:31:57
취임 1년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작은학교 통폐합보단 활성화…도·의회와 정주여건 마련 노력"
"누리과정 막막…국가 또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21일 정부가 추진하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해 "제주는 통폐합이 아니라 작은학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연합뉴스와 한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매년 500여명 이상의 초등학생이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온다. 전국에서 읍·면 지역 초등학생이 늘어나는 곳은 제주밖에 없다"며 이제 통폐합이 아닌 작은학교 희망만들기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며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지거나 아니면 어린이집 지도·감독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이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 지난 1년 본인의 교육행정 수행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
▲ 점수를 매기는 건 서열을 매긴다는 건데, 서열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교육감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건 좀 아니라고 본다.(웃음) 점수 대신 성취평가를 해주시면 좋겠다. 도민 각각의 마음속에 저에 대한 평가가 있을 테니 도민께 여쭤봐 달라.
-- 지방교육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며, 재정난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 단연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이다. 누리과정만 생각하면 막막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교육재정 문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아니면 어린이집에 대한 지도·감독권이 있는 자치단체가 책임져야 한다. 아울러 교육복지 확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내국세의 20.27%) 확대가 절실하다. 제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1.57%로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변동이 없다. 그동안 교육 여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건에 맞는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1.57%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 올해 누리과정 예산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이며, 내년 편성 계획은?
▲ 정부가 내년부터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한다고 한다. 우리 교육청은 올해 본예산 200억원에 대한 지방채와 함께 정부보증 지방채 157억원을 발행해 모두 375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초·중등교육에 쓸 예산을 모두 누리과정에 써서 주요 교육정책 추진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됐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국가 차원의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지난 5월 29일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공유했다. 전국 교육감과 함께 정부와 논의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겠다.
-- 교육부의 교원 정원 감축 방침에 따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추진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학교 통폐합 문제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 계획인가?
▲ 제주는 통폐합이 아니라 작은학교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간다. '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책무 속에 작은학교가 지역과 교육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정책·행정적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현 상황이 계속되면 고등학교 통폐합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학교가 사라지면 오랜 시간 학교를 매개로 유지돼왔던 지역의 생명력이 고갈될 수 있다. 통폐합이 아닌 '작은학교 희망만들기'로 정책 방향이 선회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가 선진국 수준인 작은학교에서 국제학교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아이들의 꿈과 잠재력을 키워가겠다. 지역주민과 소통·협력을 강화해 교육·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다목적 교육문화 공간으로 재구성하겠다.
--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은 잘 추진되고 있는지.
▲ 지난해 제주 초등학생 순유입은 523명으로, 매년 500여명 이상의 초등학생들이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온다. 전국에서 읍·면 지역 초등학생 수가 증가하는 곳은 제주뿐이다. 이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작은학교 활성화의 대표 정책인 제주형 혁신학교 '다혼디 배움학교'는 교직원과 지역주민의 자발적 협력과 노력 속에 서서히 안착하고 있다. 입학 문의도 전국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런 긍정적 평가를 토대로 다혼디 배움학교 모델을 점진적으로 다른 학교에도 전파하겠다.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거주 여건 확대다. 이에 대해 교육청과 도, 도의회, 지역주민이 협력이 잘되고 있다. 지금까지 도와 도의회가 합심해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읍·면 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인구가 활발히 유입되고 있다. 지금도 젊은 학부모를 중심으로 제주에 오겠다는 문의가 많지만 거주지가 모자라 못 오는 실정이다. 거주지가 늘어나면 학교 활성화와 더불어 지역균형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
-- 최근 도서지역 작은학교를 잇따라 방문했다. 지원 계획은.
▲ 추자도의 경우 원거리 지역 출장여비를 보전하고 현장체험학습비를 추가 지원한다. 읍·면 지역이나 작은학교에 현장체험 학습비, 수학여행비, 소규모학교 학교운영비 증액, 방과후 학교 운영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순회교육, 현장체험학습 차량 등도 지원한다. 국토 최남단 마라분교는 학교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정주 여건을 마련, 학부모를 유치하고 자녀가 있는 교사를 배정해 학교를 유지하겠다. 주민들이 요구한 유치원 설립은 장기과제로 두고 지역주민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
-- '아침밥이 있는 등굣길'이 시행된 지 한 학기가 지났다. 현장의 변화가 보이는지.
▲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10∼30분 여유라고 하지만 체감도가 큰 것 같다. 여유롭게 등교를 준비한다는 반응이 많아 반갑다. 버스 배차시간 문제는 도청과의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했고,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에게는 학교 차원에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정책은 아이들의 건강증진과 함께 공부 시간의 질 관리 성격을 담고 있기에 학력에도 도움이 된다. 정책의 긍정적인 면을 잘 홍보해 초·중 뿐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자리 잡도록 하겠다.
-- 학생 정신건강을 위한 대책은.
▲ 해마다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정서행동특성검사를 실시하고, 관심군 학생에 대하여 심층평가와 상담을 하고 있다. 단, 심층평가는 학부모 동의를 얻고나서 한다. 도교육청 학생건강증진센터의 정신과 전문의가 학교뿐 아니라 청소년쉼터, 보육원, 지역아동센터 등을 찾아가서 교육, 상담, 자문을 하고 있다. 학교, 청소년시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정신상담을 받도록 하겠다. 또한 사안이 발생하면 주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 상담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혼디거념팀(위기관리팀)이 해당 학교나 시설을 방문해 사후 대책을 협의한다. 애도교육을 하거나 우울·불안 학생과 상담하며 3일, 1개월, 3개월 단위로 심리검사나 면담을 해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아이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며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 한다. '학생 개별 사례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내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 고교체제 개편은.
▲ 올해 안에 개편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다음 달 말께 용역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도민 의견을 수렴해 개편안을 수립하고, 2017년도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고교체제 개편에서 중요한 부분이 읍·면 고등학교 활성화 및 특성화고 역량 강화다. 최근 공공기관 및 대기업 중심으로 스펙이 아닌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하여 입사기준을 바꾸고 있다. 다양한 진로 및 직업교육을 할 수 있는 특성화고가 아이들 삶의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고 선택하는 특성화고를 만들어 아이들의 꿈과 잠재력을 키우고, 과도한 고입경쟁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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