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년 박종훈 경남교육감
"안정적인 학교급식 위해 타협 가능성 열어놓아야"
학교업무 경감·평준화 고교 신입생 배정방식 변경 성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21 06:31:56
취임 1년 박종훈 경남교육감
"안정적인 학교급식 위해 타협 가능성 열어놓아야"
학교업무 경감·평준화 고교 신입생 배정방식 변경 성과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21일 "무상급식 지원 중단 사태를 풀고 내년 이후 안정적인 학교급식을 위해서라면 협상으로 타협할 가능성은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지원 중단 사태로 촉발된 보편적 복지 논란에 대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안정적인 급식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비쳤다.
그러나 그는 "학교 의무교육에서 급식은 복지가 아닌 교육이다"며 "의무교육 아래에 있는 아이들 급식을 선별해야겠다는 것은 교육적 가치로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혀 선별 급식에 원칙적으론 동의하지 않았다.
다음은 박 교육감과 일문일답.
-- 지난 1년 본인의 교육행정 수행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점?
▲ 60점 정도 주고 싶다. 지난 1년간 개혁 드라이브를 제대로 걸지 못해 스스로 점수를 적게 줬다. 지금까지는 경남교육청, 경남교육정책, 교육공무원들과 성찰하고 공감하면서 기존의 교육행정을 흔들지 않고 안정적인 연착륙에 중심가치를 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지방교육재정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며, 재정난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 지방교육재정난은 법 체계의 모순에서 기인한다. 교육재정은 국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경비보조로 이원화돼 있어 지자체 교육경비보조가 의무규정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애매한 임의규정으로 돼 있다. 지자체가 사정에 따라 지원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시·도에 따라 재정규모가 달라지고 결국 교육력 차이로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모순은 재정지원을 일원화하고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를 늘려서 해결해야 한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을 지역에 전가한 것이 교육재정을 더 어렵게 만든 큰 원인이다.
-- 교육부의 교원 정원 감축 방침에 따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추진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앞으로 학교 통폐합 문제를 어떻게 진행해 나갈 계획인가?
▲ 통폐합 문제는 단편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작은 학교가 지닌 역사성과 마을공동체의 중심센터 역할, 작은 학교만의 우수한 교육과정 운영, 자연친화적 교육활동의 세계적 추세 등 경제적 이득 못지않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현실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통폐합문제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통폐합 정당성 유무를 지역별로 세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러고나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교육부 교원 정원 감축이 전체 학생 수 대비 교원 수만 비교해 이뤄지면 경남처럼 농촌이 많은 곳을 광역시와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우리나라 교원당 학생 수는 아직도 많은 편이다.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교원을 늘려야 한다.
-- 경남에서 첫 진보 성향의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일각의 우려도 있었는데, 1년간 어떤 부분에 주력했고 성과는.
▲ 취임 초기에는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란 시선 때문에 '성찰'과 '공감'을 내세우며 합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교육가족들은 이념과 상관없이 새로운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는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 등에서 드러난 것처럼 오해와 편견이 상존하는 학교 밖의 시선이다. 이 때문에 저는 교육의 본질 회복을 선언했고 학습과 생활 지도가 교육의 본질임을 강조해 그것에 집중했다. 저의 이러한 철학과 문화 형성에 동의해 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 1년 임기 중 절반 이상을 무상급식 논란에 매달렸다. 무상급식 논란을 궁극적으로 해결할 방안은 없나.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데.
▲ 학교급식은 교육이다. 의무교육 아래에 있는 아이들 급식을 꼭 선별해야겠다는 것은 교육적인 가치에서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무상급식 지원 중단이라는 꽉 막힌 지금 현상을 타개하고 내년 이후에 좀 더 안정적인 급식을 위해서라면 협상을 통해 타협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어야 한다. 원칙과 대의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에서 부분적인 선별 급식에 대해서도 협상과 타협의 과정에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남도의회에서 내놓은 무상급식 중재안을 교육청이 거부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수정 제의한 것이다. 교육청에서 돈을 더 부담해 올해는 지난해 수준으로 급식하고 내년 이후에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해 도청과 도의회와 관계 설정에서 정무적인 기능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보완책은 있나.
▲ 경남도와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무적 기능이 약했다는 지적은 인정한다. 그러나 교육청은 이처럼 중요한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았다. 정무적 업무를 강화하려고 해도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제한돼 있다. 현 제도에서는 6급 별정직 채용 등을 통해 정무보좌가 가능하지만 이러한 직급으로는 역할이 제한적이어서 사무관급의 정책 정무보좌기능으로 가야 될 것 같아 관련 조례나 규칙 등을 개정해 그러한 기능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홍준표 도지사와 관계가 여전히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갈 의향은 없나.
▲ 이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제가 여러 차례 홍 지사에게 회동을 제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아쉽다. 중간에 만남을 주선한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무상급식과 관련해 도의회가 중재한 자리에도 홍 지사와 제가 직접 만나 결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취임사에서 배움 중심의 새로운 교육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1년간 변화한 부분이 있나.
▲ 도교육청 인원 70명을 줄여 시·군교육청에 배치해 학교지원팀을 신설한 것은 전국적으로 선례가 없다. 학교업무를 줄여 교사를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제도적인 조직개편이라는 점에서 성과는 곧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도시지역 평준화지역의 공립고교가 3류학교로 전락한 이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고등학교 신입생배정방식을 바꾼 것 등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 올해부터 방과 후 수업, 야간자율학습, 연구학교 등을 폐지하고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덜어주는 '학교업무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과가 있는지, 학생과 교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 일부 혼란이 있는 곳도 있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 학생과 교사들은 원래 원했기 때문에 호응도가 높다. 학부모 중 일부는 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도 있지만 공부를 적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학생은 잘하는대로, 모자라는 학생은 그에 맞게 하자는 취지라는 점을 이해했으면 한다. 학교 업무도 단순히 공문 줄이기가 아니라 관행적이고 구태의연한 업무는 과감히 줄여야 한다. 학교문화가 달라지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돼 갈 것이다.
-- 취임 초 부패척결을 매우 강조했다. 부패 척결 등과 관련한 지표에서 성과가 나타나나.
▲ 지난해 청렴지수 지표상으로 조금 상승했다. 하지만 제 임기가 하반기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청렴지수 상승이 저의 노력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청렴과 부패 척결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 학교에서의 인식은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경남 교육가족의 청렴의식은 상당히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를 도입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행복학교 11곳과 행복학교 예비학교인 행복맞이학교 70곳, 교사연구회 30곳 등을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행복학교는 특정한 모델을 상정하지 않고 학교에서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탄력적 모델이다. 아직 소수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다양성과 창의성이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고 본다. 앞으로 전면 확대 시행되면 궁극적으로 모든 학교가 행복을 누리는 새로운 학교로 거듭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취임 2년차에 집중할 교육행정 방향은.
▲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혁파해 나아가겠다. 인사문제와 학교장 평가가 대표적일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혁신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도 성과를 낼 수 없다. 특히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는 과감하게 깨트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학교장도 교육감 정책이 학교까지 스며들수 있도록 학생들의 교실을 바꾸고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변화 요구를 담아내려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감독이 했던 '아직 배가 많이 고프다'는 말을 월요회의에서했다.
저 또한 고급 관용차를 타고, 특별한 의전에 안주해가는 듯한 모습을 깨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자가용 출퇴근하는 등 조금씩 관행을 깨트려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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