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회칙 통해 기후변화 강력 대처 주문…찬반 양론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8 21:24:04

△ (AP=연합뉴스 사진자료)

교황 회칙 통해 기후변화 강력 대처 주문…찬반 양론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가난한 자를 대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례적으로 가톨릭 교회 성직자와 10억여 신자들에게 보내는 '회칙'(encyclical)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부유한 나라와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비판하고 서둘러 문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황이 회칙을 통해 정치와 과학적 측면에서만 조망되던 기후변화 문제를 신학과 믿음의 문제로 재정의하면서 현재의 경제시스템인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구를 훼손하고, 불평등을 양산했는지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적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교황청 차원에서는 그동안 교황청 과학원 주재로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기후변화를 가져온 인간의 부정적 역할을 지적하면서 기후변화는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고, 기후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부유층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논의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181쪽의 회칙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파괴적 기술이 지구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올 연말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함에 따라 종교계뿐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교황의 회칙은 주교들에게 보내는 형식을 통해 전 세계 가톨릭 교회와 10억여 가톨릭 신자에게 전파되는 사목 교서지만 기후변화를 다룬 그 내용 자체는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후 변화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황은 올해 초 필리핀 순방에 동반한 기자들에게 "지구온난화는 대부분 인간이 만들어낸 현상"이라면서 "자연의 뺨을 때린 것은 인간으로, 우리는 자연을 너무 많이 착취해왔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교황청에서 열린 기후변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바티칸을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9월 유엔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해 연설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기후환경 변화 등에 대응해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지상과제이며 신앙을 가진 모든 사람의 성스러운 의미라는 메시지를 반 총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회칙 발표에 그치지 않고 오는 7월 남미를 시작으로 9월에 쿠바와 미국을 방문할 때에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을 촉구할 예정이다.

따라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회칙 발표는 유엔이 추진해온 기후변화 관련 협상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유엔도 교황의 회칙 발표에 즉각 환영 의사를 밝히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교황의 분명한 메시지는 앞으로 인간의 행태를 변화시키고 역사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성명을 통해 "교황의 회칙은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아주 명확한 목소리"라며 "교황의 회칙을 통해 과학과 종교가 기후변화 방지에서 합일점을 이뤘고, 이제 본격적으로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UNEP는 특히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서는 단지 과학, 기술 또는 경제적 논리만 따를 것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지상명령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교황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가난한 사람들과 앞으로 태어날 세대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교황의 회칙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기후 변화가 인류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우린 인류의 하나 됨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적었다.

북미이슬람소사이어티(ISNA)의 이맘(성직자)인 모하마드 마지드도 시사주간지 타임에 보낸 성명에서 "지구를 지키려면 모든 종교인들이 하나가 돼야 하는 만큼 교황의 요청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기후변화에 대한 교황의 이번 회칙을 모두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등은 교황이 정치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공화당 대권도전을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17일 "종교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삼아선 안 된다. 종교는 정치 영역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사람답게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대표적 환경규제 반대론자이자 상원 환경 공공업무위원장인 제임스 인호페(오클라호마) 의원도 최근 기후 관련 콘퍼런스에서 교황이 선을 넘었다면서 "교황은 본연의 일에 충실하라"고 날을 세웠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역시 이달 초 필라델피아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교회는 신학과 도덕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황을 간접 비판했다.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