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김성제 "단일사건 아닌 사회 풍경 봐달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8 18:09:21
'소수의견' 김성제 "단일사건 아닌 사회 풍경 봐달라"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풍경이 보였으면 합니다. 용산참사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의 풍경이 영화적으로 해석됐구나, 그렇게 봐주기를 바랍니다."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소수의견'을 만든 김성제 감독은 18일 중구 장충단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참사라는 사건과 영화의 관계를 묻는 말에 이렇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화 도입부에 "실제 사건이 아니며 실존 인물도 아니다"라는 자막을 집어넣어 실화와 그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해석을 영화에서는 경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동명의 원작에 들어 있는 소설가의 생각 외에 영화 연출자로서 해석이 들어갔다는 점을 감독은 분명히했다.
"모든 영화에는 모티브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사건일 수도, 그림 한장일 수도 있죠. 영화 이전에 소설에서는 용산참사가 모티브로 강하게 들어갔습니다. 제가 이 소재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 부분에 대해서는 용산참사뿐 아니라 21세기 한국사회의 풍경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야 정당·검사·변호사·시민단체 등 비극을 둘러싼 각자의 입장이 있고 그걸 전체로 한 우리 사회의 풍경이 보였으면 하는 겁니다."
그는 철거민의 아들이 누구에 의해 죽었는지 모호한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는 뚜렷하게 처리한 데 대해서도 이런 의견을 강조했다.
"원작에서 사건 현장에 의경 5명이 등장한다면 이를 의경 2명, 농성자 1명, 그의 아들로 하고 싶었던 게 제 영화적 해석이었습니다. 기계적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사건의 비극성을 더 키우고 싶어서입니다. 비극적 사건이 왜 벌어졌는가, 그건 소설가의 질문이기도 하고 제 질문이기도 합니다. 제 질문을 크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이 영화가 본격적인 법정물이며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작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도 그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소설로 본격적인 법조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 사는 시대 공기를 담을 수도 있고, 두 변호사의 버디물로도 좋고, 청년 변호사의 성장기로도 좋았습니다.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에는 헌법재판소가 등장하지 않으며 국민참여재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럼에도 '소수의견'으로 제목을 정한 데 대해 감독은 "다수와 소수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로 좋다는 생각에 원작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과도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소수의 판사가 다수의 배심원단 평결을 뒤집습니다. 그럴 거면 비전문가인 시민을 집어넣고 왜 저 행위를 하는가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다수와 소수가 무엇인가 생각하는 계기면 좋겠다고 생각해 원작 제목 그대로 지었습니다."
법정에서 정의를 실현해 나가려 애쓰는 주인공 윤 변호사를 연기한 배우 윤계상은 사회적 주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배우로서는 이를 다루는 영화를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함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윤계상의 관심 주제가 있고, 그에 맞는 시나리오가 왔을 때 채택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관심이 있고 소수가 상처를 받았을 때 안타깝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대중에게 이 사건이 다가갔을 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습니다. 이 영화는 픽션이지만, 만일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입장이 될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배우로서는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윤 변호사의 적극적인 조력자인 선배 변호사를 연기한 유해진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뇌하는 변호사로서의 정극 연기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희극 연기를 절묘하게 섞어낸다.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영화인데, 그 자체만 던져주면 안되고 쉼표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변호사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딱딱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쉼표를 찍고 싶었던 것도, 맛있어 보이는 미끼를 달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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