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착용해도 감염…메르스 보호구 지침 정확히 전달했나

보호구 선정만큼 교육도 중요…美CDC, 보호구 착용만 1주일씩 훈련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8 16:25:32

△ 보호장비 착용하는 메르스 전담 구급대원 (서울=연합뉴스) 광진소방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전담 구급대원들이 18일 오후 메르스 의심환자 이송 신고를 받고 감염방지를 위해 보호의 및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2015.6.18 << 광진소방서 제공 >> photo@yna.co.kr

장비 착용해도 감염…메르스 보호구 지침 정확히 전달했나

보호구 선정만큼 교육도 중요…美CDC, 보호구 착용만 1주일씩 훈련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이 개인 보호구를 착용했음에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적절한 보호구를 지급했는지 방역 당국은 보호구 장비 등급과 착탈의와 관련한 지침을 정확히 전달하고 감독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메르스 발생 한 달 다 됐는데…삼성서울병원 17일에야 적정보호구 지급

18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인 162번(33) 환자와 간호사인 164번(35·여) 환자는 메르스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을 할 가능성이 큼에도 제대로 된 보호구를 갖추지 않았다.

방역 당국이 언급한 '제대로 된 보호구'란 '레벨D 등급에 준하는 장비'를 말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6일 내놓은 메르스 대응지침을 보면 메르스 환자와 1m 이내에서 접촉하는 의료진은 N95마스크, 장갑, 전신보호복, 고글 또는 안면보호구의 개인보호장비 착용이 권고된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이 의료진에게 '레벨D'에 준하는 보호구를 지급한 것은 17일 이후다.

두 환자 모두 환자와 가깝게 접촉하는 사람임에도 감염을 예방할 보호구를 적절히 착용하지 않은 채 환자를 돌본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관계자는 "162번 환자는 확진자·의심환자 격리병동에서 엑스선 촬영을 했는데,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아니기에 '레벨D에 준하는' 수준의 보호복과, 얼굴 차단용 '페이스실드'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64번 환자는 격리병동 의료진이므로 '레벨D 보호구'를 갖추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확진자의 기침에 직접 노출됐는지, 아니면 보호장구를 벗는 과정에서 (실수로) 감염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의 뒤늦은 대처도 문제지만 의료진이 착용해야 하는 개인 보호구의 정확한 등급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허술한 지침을 배포한 방역 당국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의료인의 메르스 대응지침에는 구체적으로 레벨D라고 표현되지 않지만 구체적인 장비를 열거해 실질적으로 레벨D와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장비를 착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 반장은 "이 부분에서 레벨D 장비를 부분적으로 착용하는 등 미흡한 부분이 생겨서 공식적으로 (의료진이 착용하는 개인보호구의 등급을) 레벨D로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 개인보호구, '무엇을 입느냐'만큼 '어떻게 입느냐'도 중요

의료진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호구를 지급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착탈의하고 착용 중에서는 어떤 사항을 주의해야하는지 교육하는 것이다.

실제로 건양대학교 간호사인 148번 환자(39·여)는 개인보호구를 모두 착용한 상태였지만 36번(82) 환자의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과정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안타깝게 확진 판정을 받았다.

CPR 도중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염된 마스크와 고글을 만져 감염된 것이다.

예방학회 한 관계자는 "며칠 전 TV 뉴스를 보니 음압 병상 의료진도 보호구를 잘못 착용한 채 근무하고 있었다"며 "착탈의 방법, 입고 근무하는 방법이 모두 정확해야 보호구가 제 기능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침 만들지만 평소 일선에서 훈련이 안 돼 있다 보니 막상 하려고 하면 실수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도 "보호구과 관련해서는 '적정한보호구 선정'과 '보호구 사용에 관한 교육과 훈련'이라는 두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개인보호구 착탈의 훈련 프로그램은 교육 기간만 1주일이다. 반복 학습을 통해 사고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대응지침에도 개인보호장비 착탈의 순서도 총 5단계로 나눠 주의사항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지만 이를 일선 의료기관에서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진이 메르스와 싸우는 공간은 알려지지 않은 공포와 위협에 정면으로 맞서는 전쟁터"라며 "의료진의 안전대책을 시급하게 수립하고 시설과 장비, 보호장구, 인력확충을 위한 우선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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