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남북한 상황처럼 오래 지속될 것"
러시아로 인해 희비 교차하는 우크라 정부-반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8 14:59:01
"우크라이나 사태, 남북한 상황처럼 오래 지속될 것"
러시아로 인해 희비 교차하는 우크라 정부-반군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기자 = 돈바스(Donbass). 우크라이나 동남부와 러시아의 서남부, 도네츠 강 유역 일대에 펼쳐져 있는 도네츠 분지를 일컫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주(州), 최동단 루간스크 주, 그리고 루간스크와 접경한 러시아의 남동부 일부 지역까지 포함한다.
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 제4의 도시로, 대부분 러시아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2001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인이 56.9%, 러시아인이 38.2%를 차지하고 있다. 루간스크 역시 러시아 사용자가 대부분이다. 두 지역 다 친(親) 러시아계로, 러시아로의 병합을 희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지난해 4월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을 자체 선포한 뒤 그해 5월12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이어 5월24일 공동으로 노보로시야(新러시아) 연방국을 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국제사회는 이들 지역의 독립과 노보로시야 연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 때문에 홍역을 앓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지역 반군간 교전이 본격화했고 현재까지 6천5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12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프랑스, 독일 등 4개국 정상들이 나서 정부군과 반군간 휴전, 교전지역에서 중장비 철수, 포로 교환을 위한 안전지대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휴전협정(민스크협정)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교전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달들어 본격 재개된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3일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고 있는 전(全) 전선에서 사격이 시작됐다고 한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DPR 측은 우크라이나 군이 지난 15일 하루동안 도네츠크 지역에 13차례, 70발의 포격과 탱크 포 공격을 가했다고 주장했고, 도네츠크 검찰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돈바스 지역에서 실종된 주민들이 급격히 늘어 지난 1일 기준으로 1천592명에 달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러시아를 향해 추가 제재를 경고했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대표들은 16~17일 벨라루스의 민스크에 다시 모여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상황을 논의했다. 또 옌스 슈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 민스크협정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러시아에 다시 포문을 열기도 했다. "이 지역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한결같이 부인하고 있지만 이런 분리독립 움직임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확신이다. 이런 지원에 힘입은 탓인지 반군의 기세는 등등해 보이는 데 반해 정부 입장에서는 난감함이 묻어난다. 자칭 LPR 수반인 이고리 플로트니츠키는 16일 리아노보스티에 "오늘 이 전쟁을 끝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그것도 우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내야한다. 왜냐하면 나치(우크라이나)에 승리하지 않고서는 이 전쟁은 종식되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대통령행정실의 안드레이 타라노프 부실장은 17일 "현재 400㎞에 이르는 러시아와의 접경지역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접경지역을 통제할 수 있다면 분쟁은 매우 급속히 종식될 것이다"고 했다. 러시아의 지원 탓에 반군 쪽은 기세등등한 반면 정부쪽은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들이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돼 남북한 상황처럼 고착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역시 계속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여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때 러시아 최고 부자 중 한 명이었지만 사기와 횡령 혐의로 2003년 체포돼 10년을 복역한 뒤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둔 2013년 말 석방된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전 유코스 회장의 주장이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비판자이기도 한 호도르콥스키는 워싱턴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설을 통해 먼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은 러시아 정부가 자신들의 부패와 무능에서 자국민의 눈을 돌리기 위해 고의로 조장한 갈등이며 단기적인 해법은 없다고 지적했다고 AFP 통신이 17일 전했다.
호도르콥스키는 이어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러시아와의 실질적인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면서 "문제는 러시아에는 진정한 국가 이해관계를 추구할만한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방식은 적시하지 않은 채 앞으로 러시아의 현 정권이 붕괴해 친서방 성향의 정권이 들어설 것으로 예견하면서 미국과 서방은 언젠가는 러시아를 받아들여야 할 준비를 서서히 해야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호도르콥스키는 다만 현재는 러시아의 크림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내 러시아계 반군에 대한 지원으로 야기된 러시아-우크라이나간 갈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면서 "갈등을 동결시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이성적 해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북한처럼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계속 관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스위스에 망명해 모스크바의 인권단체 '오픈 러시아'를 이끌고 있는 호도르콥스키는 러시아의 부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지금 러시아 전 계층이 부패로 얼룩져 있으며 관료사회 역시 범죄조직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수감시절 하급경찰에서 고위 간부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재소자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그들은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것이 분명해 보일 정도로 너무 태연하게 이런 짓을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현 러시아 정권은 자신의 부패상을 자국민에게 감추기 위해서라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바라지 않을 것이란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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