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세상이 반성 안하니 청춘이 반항심 품어야죠"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로 돌아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8 13:32:41

임상수 "세상이 반성 안하니 청춘이 반항심 품어야죠"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로 돌아와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처녀들의 저녁식사', '바람난 가족', '그때 그 사람들', '하녀', '돈의 맛'. 흥행 성적과 관계없이 임상수 감독이 만든 작품들은 '문제작'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화제를 낳았다.

그 대상이 성(性)이든, 가족이든, 정치든, 돈이든, 사회 기득권층을 향한 불온한 시선은 임상수라는 영화감독을 설명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감독 자신의 표현대로 그의 DNA에 있는 성향일지도 모른다.

그가 2년 만에 들고온 신작은 의외로 '나의 절친 악당들'이라는, 제목부터 명백한 범죄 장르영화다. 그러나 장르를 떠나 재벌 회장의 검은돈을 빼돌리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는 이제껏 임상수표 영화들과 다른 듯 닮아 있다.



18일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 감독은 '전작들보다 좀 더 밝은 장르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이십세기폭스의 제안을 받기 전후로 한국사회의 청춘을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린 계기를 소개했다.

"젊은이를 위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대선을 거치면서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돈의 맛'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한 젊은 친구가 자신처럼 편의점 '알바'를 하며 사는 사람은 재벌가 회장의 비서 영작(김강우) 정도와도 거리가 멀어서 그의 고뇌가 와닿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나 역시 알바 하면서 시험공부를 해서 삼성에 들어가야 인생 별볼일없다는 얘기는 못했죠."

여기서 탄생한 캐릭터가 이번에 류승범이 연기한 지누다. 조직의 말단 인턴 지누는 회장의 수백억 돈을 담은 돈가방을 앞에 두고 자유로운 여자 나미(고준희), 불법체류자 야쿠부(샘 오취리)와 만난다.

이 돈가방을 들고 '튀는' 지누와 나미, 야쿠부가 세상을 향해 내지르는 작은 발길질은 점점 보폭을 키우다가 결국엔 칼질로 바뀐다.

이 과정부터 장기하와 얼굴들을 불러들여 "뭘 그렇게 놀래(놀라)"냐고 신나게 묻는 엔딩까지 영화가 도발하는 대상은 기득권층이 아니라 젊은 세대 자신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예의 바르고 복종적이에요. 반문도 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아요. 그렇게 순응적으로 키운 게 우리 기성세대죠. 그러나 아무것도 없을 수는 없으니 옆구리가 터지는 거예요. 극우 청년도 나오고 익명으로 못된 짓 하는 청년도 생기고, 건강한 반항이 아니라."

그는 억누르는 세상이 더 문제냐, 반항 못하는 청춘이 더 문제냐는 물음에는 "세상은 자발적으로 반성하지 않으니 현실을 바꾸는 단초는 반항심뿐"이라고 답했다.

"세상은 자발적으로 반성하지 않아요. 칼질이라는 건 판타지에 불과하지만, 그 반항하는 정신 없이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아요. 그런 느낌만이라도 줄 수 있다면 영화가 할 일을 다한 게 아닐까요?"



임 감독은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을 통해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어깨에 힘을 뺐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분명 이번 영화는 뒤틀린 인물들의 욕망을 음산하고 기괴하게 그려낸 전작들보다 밝고 흥이 돋는, 조금 덜 불온하고 조금 더 대중적인 영화다.

그는 이에 대해 "이전의 '하녀', '돈의 맛'은 상업영화 아니냐"고 되물으면서도 이번 작품을 "귀엽고 명랑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아무 생각 없어도 지루하지 않게 100분을 볼 수 있다는 게 내가 생각한 어깨에 힘을 뺀 영화예요. 하나의 작품으로서 완성도, 영화감독으로서 의도를 찾으면서도 그 안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거죠."

이번 영화를 통해 '본격' 시도된 액션 장면만 해도 그렇다.

"지금 나오는 액션영화들은 물량과 강도(强度)의 싸움을 하고 있어요. 강도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흥미를 주는 액션신을 찍으려 했어요. 귀여운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거죠."

이번 작품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할리우드 자본으로 탄생한 영화'라는 점이다.

그러나 임 감독은 대중문화로서의 영화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상업성과 예술성의 충돌 문제를 다뤄나가는 부분에서 예전 작업들과 비교해 더많이 굽히거나 접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비즈니스를 하는 영화사로서는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대기업 중심 영화사들은 창의적인 부분을 줄이고 줄이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려 해요. 그러니 영화가 다 비슷해지는 거죠. 오히려 할리우드에선 그렇게 요구하지 않고요. 폭스 사장이 A4용지 넉장에 빽빽하게 내 시나리오가 이런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적어 보냈어요. 말로 이거 빼자 어쩌자 한마디씩 하는 것보다 '영화 볼 줄 아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도 답장을 길게 적어 보냈고. 타협은 언제든 가능한 거예요. 뭘 타협하느냐가 문제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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