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는 내 분신…타협않고 끝까지 쏟아붓고 싶어요"

독주자로 홀로서기 하는 첼리스트 이정란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8 06:00:01

△ <<목프로덕션 제공>>

"첼로는 내 분신…타협않고 끝까지 쏟아붓고 싶어요"

독주자로 홀로서기 하는 첼리스트 이정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첼리스트 이정란(32)은 지난해 5월 7년 가까이 몸담아온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나왔다.

한국은 물론 외국 연주자들도 선망하는,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이자 안정적인 직장인 이곳에서 첼로 부수석이라는 타이틀까지 갖고 있었지만, 미련을 두지는 않았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독주자로, 피아노 삼중주단 '트리오 제이드'의 일원으로 빼곡한 연주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온전히 첼로에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은 커져만 갔고, 그 열망을 좇아 심사숙고 끝에 결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둥지'를 떠난 지 1년 만에 이달 독주자로서 온전히 홀로서기를 하는 무대를 연다. 그 자신이 오랫동안 고대한 순간이었던 만큼 프로그램도 도전적이다. '첼로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연주다. 첼리스트로서 다시 태어난다는 뜻을 담아 공연명도 '리버스(Re,birth)', '부활'로 정했다.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란은 "그동안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을 하면서 악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며 "혼자 첼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퇴사한 지 이제 1년이 됐는데,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너무 행복해요. 그동안은 시향이 우선순위가 되는 삶을 살았고, 정해진 일정에 맞춰 생활해야 했어요. 이제 제가 정말 원하는 연주, 원하는 곡들을 연습하고, 지금까지 배워온 것을 사회에 환원할 시간도 생겨 조금 더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는 "물론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며 일했고, 누구나 원하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던 적은 없다"며 "무엇보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열망이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저의 목표는 굉장히 단순해요. 그냥 첼로를 잘하고 싶다는 거죠.(웃음)"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은 2007년 프랑스 유학시절 연주한 이후 8년 만이다.

"제가 독주자로서는 외도하다 돌아온 거잖아요. 뭔가 저를 온전히 바칠 수 있는 곡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첼로 솔로 레퍼토리를 통틀어 이 작품만큼 기본에 충실하면서,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고, 악기와 싸우고, 또 친해질 수 있는 곡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 그는 말 그대로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바흐에 쏟아붓고 있다. 6월 한 달간 모든 연주회 일정을 비우고 공연 연습에만 매달린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온종일 연습, 연습, 연습이다. 오전 10시에 연습실에 나와 이튿날 오전 1시까지 활을 켜기 일쑤다.

"정신없이 바빴던 삶을 한순간에 차단한, 저와 첼로밖에 없는 생활이에요. 어떤 날은요, 아침에 나와서 밤에 집에 들어갈 때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때도 있죠. 수행하는 기분이랄까요. 일단은 자유롭고, 즐겁고, 좋은데, 너무 외로워요.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밤에 혼자 한강 가고 심야영화도 보죠.(웃음) 굉장히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독인데, 창조적인 삶을 살 때는 고독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는 '모두를 위한 바흐'라는 표어도 내걸었다. 요양원, 보호시설, 병원 등을 직접 찾아가 음악을 나누는 무대를 이어갈 생각이다.

"지난해 겨울 제가 너무 이기적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돌아볼 계기가 있었어요. 특히 10대, 20대에는 콩쿠르 성적에 연연해 하고 누구를 이기고 좀 더 나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죠. 재능과 환경 등 어릴 때부터 받은 게 많은데, 이제 나누고 돌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결국 듣는 사람을 위한 것이거든요. 대한민국에서 바쁘게 하루살이로 살면서 그 본질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해요."

앞으로 그는 첼로의 탄생과 함께한 곡들부터 오늘날 쓰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지평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97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는 스페인의 첼로 거장 파블로 카잘스(1876-1973)처럼 끝까지 활을 놓치 않으면서.

"첼로는 제 분신이에요. 어떤 때는 원수같고, 어떤 때는 친구같죠. 벌써부터 손과 암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연습에도 시간이 몇 배로 들어요. 그런데 카잘스는 90살이 넘어서까지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연습했다고 하잖아요. 저도 타협하지 않을래요. 첼로는 끝이 없거든요.(웃음)"

공연은 오는 24일과 내달 1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3만원. 문의 ☎ 1544-1555.







[ⓒ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