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무제한 국채매입 OK' ECJ 판결로 날개 달다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7 18:34:50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드라기 'ECB 무제한 국채매입 OK' ECJ 판결로 날개 달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게 가끔 '슈퍼 마리오'라는 별칭이 따른다. 강력한 정책 파워를 가졌다는 중의가 담겼다.

아니나 다를까. 유럽사법재판소(ECJ)의 16일(현지시간) 판결로 '슈퍼 마리오'는 유럽 경제대통령까지는 아닐지 모르나 유럽 경제총리 소리까진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지렛대를 갖게 됐다.

ECB가 2012년 9월 내놓은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OMT)이 발행시장이 아닌 유통시장을 통한 매입 같은 일정한 조건만 충족한다면 적법하다고 ECJ가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페드로 크루스 비얄론 ECJ 법무관의 적법성 예비심사 소견이 반영된 결과다. 법무관은 당시 "OMT는 원칙적으로 유럽연합조약(TFEU)과 양립 가능하다"며 조건부 '적법'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작년 2월 독일 헌법재판소가 ECB의 본령인 통화정책 권한 밖의 정책 수단이라며 OMT 시행을 반대한 데 대해 독일 헌재가 아닌 ECB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ECB가 최대주주인 독일의 그늘에서 더 벗어나 독자적 정책 입안과 시행에 탄력을 붙일 근거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통화정책을 관장하고, 나아가 유럽연합(EU)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ECB와 드라기 총재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독일 공영라디오 도이체벨레는 지난 3월 시행된 ECB의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로 ECB의 승리가 진작에 전망됐다고 전제하면서도 "드라기 총재가 사실상 모든 통화정책 수단을 무제한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고까지 진단하며 판결 여파를 전했다.

ECB의 승리 예측은 OMT가 권한 밖이라는 판시가 나오면 이번 전면적 양적완화 정책 역시 적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 경우 유로존 통화정책 전반이 꼬이면서 ECB의 정책 신뢰가 훼손될수 있다는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예상된 결과라고는 하지만 독일 헌재와 중앙은행, 그리고 정치권의 반발이 심상찮다. 옌스 바이트만 중앙은행 총재 같은 이는 ECB가 통화정책을 통한 유로화 안정과 물가관리라는 본령을 벗어나 유로존 국가의 재정을 간접 지원하고 개혁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이끄는 사실상의 재정·경제정책을 쓰고 있다고 인식한다.

페터 가우바일러 전 독일 연방의원은 그런 맥락에서 "독일 헌재에 대한 전쟁 선포"라고 이번 판결을 비난했고, 유로화와 유럽 통화 심화에 부정적인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베른트 루케 공동당수는 "독일 헌재의 수치"라고 가세했다.

독일 정부에 자문하는 ifo 경제연구소의 한스-베르너 진 소장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ECJ 판사들의 유감스러운 실수라고도 촌평했다.

앞서 ECB는 2012년 OMT 정책을 발표했지만 당시 위기를 맞은 유럽 국가들의 상황이 정책 발표만으로도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자 정작 프로그램을 시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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