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노래로 답답함 풀고파…교수보다 뮤지션으로 불러주길"

3년 만에 7집 '사람' 발매…"놓치고 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7 16:40:36


정원영 "노래로 답답함 풀고파…교수보다 뮤지션으로 불러주길"

3년 만에 7집 '사람' 발매…"놓치고 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피아니스트 겸 싱어송라이터 정원영(55)이 7집 '사람'을 내놨다. 지난 2012년 발표한 6집 '걸음걸이 주의보' 이후 3년 만이다.

정원영은 이번 앨범에서 수록곡 9곡 중 8곡을 직접 노래했다. 10곡 중 7곡이 피아노 연주곡이었던 6집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2010년 발매한 5집도 피아노 연주 음반이었다.

그는 17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작년에 너무 힘든 일이 많아 노래로 답답함을 덜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할 얘기가 너무 많아 작업실에 들어가 글을 쓰고, 그 곡에 멜로디를 붙이고, 노래를 불렀다"며 "그랬더니 마음이 좀 풀리더라"고 했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새벽을 달려' 외에도 '보고 싶다', '비가 내린다', '봄이 가던 날', '지우개가 필요해', '사람' 등이 수록됐다. 정원영 특유의 쓸쓸함은 여전하지만 피아노와 목소리가 빚어내는 간결한 조화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정원영은 "우리가 현대사회를 살면서 잊고 사는 것들, 놓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앨범을 듣다 보면 50대 중반이라고 믿기 어려운 '젊은'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런 목소리 덕분에 정원영의 라이브를 처음 듣는 관객들은 그가 20~30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그에게 비결을 묻자 "노래를 많이 안 하니 목이 건강하다"며 "군대 갔다 온 야구선수가 어깨가 싱싱하듯이 노래를 안 부르다 갑자기 부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웃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가사가 인상깊다. 앨범명과 이름이 같은 수록곡 '사람'의 가사는 한 편의 시를 연상케 한다. '우릴 힘껏 던져 새겨 놓은 얼굴/ 그리워라 그리워라/ 우릴 힘껏 던져 새겨 놓은 사람/ 그립구나 그립구나'라는 가사의 노래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원영은 "두 사람이 한참을 따로 살다 우연히 만나 결혼을 하고 자신들을 힘껏 내던져 아이를 키워낸다"며 "그런 아이를 먼저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정원영은 한국 대중음악사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 중 하나다. 고 3때 가수 이장희의 눈에 띈 그는 밴드 '석기시대','사랑과 평화','위대한 탄생' 등에서 키보디스트로 참여했다. 정원영은 그 후 미국으로 유학 가 버클리 음대를 졸업했다. 1993년 '가버린 날들'로 가요계에 데뷔한 그는 라디오 디제이, 영화음악 감독 등을 거쳐 호원대학교 실용음악학부 교수로 20년 넘게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결성한 '정원영 밴드'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싱어송라이터, 피아니스트, 교수, 라디오 디제이 등 무엇이 가장 잘 맞는냐는 질문에 정원영은 "어딜 가나 뮤지션으로 소개받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학생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생기가 도는 어쩔 수 없는 '제자 바보' 교수였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10년이 지나니 '이제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전에는 욕심 때문에 가르치다가 속이 부글부글 끓고 그랬거든요.(웃음) 결국 욕심을 버리고 학생에게 맞춰야 하더군요. 제가 예전에 음악 시작할 때는 지금 제 나이 선배들한테 불만이 많았어요. 근데 제가 그 나이가 되니 우리 같은 선배들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더라고요."

정원영은 인터뷰 내내 제자들을 '인생의 선물"이라 칭하며 음악 교육 제도에 대해 조언도 전했다.

그는 "정답과 오답만을 가르치는 예술 교육은 안 된다"며 "그런 교육을 받다 보면 자기 색깔을 내는 친구들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생들은 학교를 들어가기 위한 음악보다는 즐기는 음악을 해야 한다"며 "저는 동그라미(○), 엑스(×)가 아닌 세모(△)인 친구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원영의 음악인생에 아버지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아버지는 일곱 살이 된 정원영에게 피아노를 사주며 음악을 알려준 사람이었다. 그는 올해 4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위해 에디 피셔의 '오 마이 파파'(Oh My Papa)를 유일한 연주곡으로 7집 앨범에 실었다.

정원영은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항상 음악을 틀어놓으셨다"며 "어렸을 때부터 에디 피셔, 넷 킹 콜, 앤디 윌리엄스의 노래를 듣고 자랐다"고 했다.

그 역시 올해 입시를 앞둔 아들을 두고 있다. 아버지의 예술적 끼를 이어받은 아들은 정원영의 6,7집 앨범 커버를 모두 디자인하기도 했다.

영화는 그에게 영감을 주는 매개체 중 하나다. 초등학교 때 무서운 피아노 선생을 피해 동시상영 영화관을 찾았던 정원영은 안 본 영화가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영화광'이다. 그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짐 자무시를 생각하며 곡 '도레미 송'을 쓰기도 했다.

"음악을 하다 보면 어떤 환경에서 자라났냐가 중요해요. 유학을 가서도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매일 영화를 봤어요. 너무 영화를 좋아해 피아니스트 김광민에게도 영화보기를 추천했죠. 그러다 보니 제 음악을 들으면 영상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1집을 냈던 레이블 푸른곰팡이로 돌아와 이번 앨범을 냈다. 푸른곰팡이의 전신인 '하나음악'은 1990년대 조동진이 이끌었던 음악공동체다. 정원영을 비롯해 한동준, 김광민, 조규찬, 낯선사람들, 장필순 등이 이곳을 통해 음반을 냈다.

정원영은 "하나 출신 뮤지션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음반을 녹음하며 고향처럼 편했다"고 했다. 결국 이번 7집은 듣는 이는 물론 정원영 자신에게도 위로가 되는 앨범이 됐다.

"이번 앨범을 내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게 됐어요. 저는 어떤 일을 겪으면 그걸 덜어내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더라고요. 지금까지 음악으로 힘든 마음을 덜어내고 살아왔구나 생각하니 행운이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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