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목사가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에덴 이야기
기독교 원죄론에 반기…"에덴 이야기는 문학으로 읽어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7 09:31:32
현직 목사가 인문학적으로 분석한 에덴 이야기
기독교 원죄론에 반기…"에덴 이야기는 문학으로 읽어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창세기 2∼4장의 에덴 이야기는 인류의 창조를 다룬 성경의 첫 도입부다.
신의 명령을 어긴 아담과 하와로부터 시작된 원죄로 말미암아 인류 전체가 죄인이 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으로 그 죄를 다 씻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기독교의 기본 교리다.
결국 예수 탄생의 당위성과 희생적인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인류 태초의 원죄를 짓는 아담과 하와가 필연적으로 존재해야 했다.
토론토 큰나무 교회의 협동목사이자 캐나다 신학대 교수인 민정기 씨는 책 '에덴의 인문학'에서 이 같은 기독교 교리의 전통을 파기한다. 인간을 죄인으로 보는 기독교의 인간론을 해체하면서 창세기의 아담과 이브는 일종의 문화적 창조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경(정경)뿐만 아니라 위경(僞經) 혹은 외경(外經)으로 치부되어 정통 성서에 편입되지 못한 다양한 문헌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 자료들을 분석하며 아담과 이브를 순수의 상징으로 표현했던 고대 자료와는 달리 바울의 시대, 교부철학의 시대를 거칠수록 아담을 악인으로 묘사하는 해석의 변화를 보며 더 이상 '신의 말씀'으로의 성서가 아니라 '인간이 의도한 대로 쓰이는' 성서가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아담과 하와의 행위를 죄가 아닌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게 되는 성장통이라는 통과의례로 들여다보았고, 지배자인 신과 피지배자인 두 사람 사이에 이뤄지는 정치적 알레고리로서 이야기를 해석하기도 한다.
"에덴이야기를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최초 인간이 자신을 창조한 신에게 반기를 든 타락 이야기로 읽지 말자. 인류가 짊어지고 씨름해온 보편적인 문제들을 진지하게 다룬 한편의 문학으로 읽는다면 우리는 에덴의 동쪽에서 또 다른 아담을 만날 수 있으리라."(본문 524쪽)
저자는 출판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기독교의 주요한 신앙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인문학적 관점에서 써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라며 "목회자로서, 신학자로서 살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설교하고 가르쳤던 인간의 원죄론이 더 이상 사람에 대한 이해로 정당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면서 새로운 기독교적 인간 이해를 그려보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바다출판사. 628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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