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합니까> ①겹치기 출연, 시청자 판단에 맡겨야(정해룡 KBS CP)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7 08:00:10
①겹치기 출연, 시청자 판단에 맡겨야(정해룡 KBS CP)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MBC TV 주말극 '여자를 울려'에서 주인공 김정은의 시어머니 역할을 맡은 중견배우 김지영은 얼마 전까지 같은 MBC TV의 수목극 '앵그리 맘'에서 주인공 김희선의 시어머니도 연기했다.
방송 요일은 달랐지만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 두 편에서, 그것도 둘 다 여주인공의 시어머니 역할로 한 배우가 출연한 것이다. 심지어 이 두 드라마는 학교폭력을 소재로, 여주인공이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캐릭터라는 점에서도 닮은꼴이다.
드라마에서 배우들의 이러한 겹치기 출연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체가 늘어나고 드라마 편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배우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견 배우를 중심으로 한 조연들은 인기에 따라 여러 편의 드라마에 동시 다발적으로 출연한다.
이러한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제작진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들에게 동시에 러브콜을 보내기 때문에 벌어진다. 이순재, 김갑수, 박근형, 김해숙 등이 대표적으로 '귀하신 몸'이다.
또 드라마의 상당수가 외주제작사에서 제작되는 탓에 배우들도 처음에는 겹치기 출연이 아닌 줄 알고 작품을 골랐다가 방송사 편성이 바뀌면서 본의 아니게 동시에 두세 편의 드라마에 얼굴을 내미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과거 김갑수가 같은 시간대 두 채널에서 나란히 방송된 '타짜'와 '그들이 사는 세상'에 동시 출연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드라마의 편성이 바뀌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자로서는 이러한 일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드라마 몰입에 방해될 뿐 아니라 식상하기 때문이다. 또 배우에 따라서는 비슷한 역할을 잇달아 맡으면서 연기의 차별화에 대한 최소한의 노력도 보여주지 않아 비난 받는다.
배우들의 드라마 겹치기 출연에 대한 찬반입장을 정해룡 KBS 드라마 책임프로듀서와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로부터 들었다.
◇ 정해룡 KBS 드라마 책임프로듀서(CP)
배우들의 드라마 출연을 예술활동이자 창작할동이라 한다면 배우들이 복수의 드라마에, 각각 다른 역할로 출연해 자신만의 고유한 연기를 펼치는 것을 반대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 드라마에서 맡는 역할도 서로 다르고, 스토리와 사건이 다른 만큼 한 사람의 연기자가 드라마에서 표현하는 연기의 방식 또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기자를 캐스팅하는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연기자가 한 시기에 하나의 드라마에만 출연하는 것으로 한정된다면 특정 캐릭터를 맡길 수 있는 연기자의 폭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럴 경우 다른 연기자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좀 더 적역이나 인기있는 연기자를 캐스팅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게 된다.
특히 신인급 연기자들의 경우엔 작은 역이라도 다양한 드라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한 소망인데 그 드라마가 같은 시기에 방송되어서 그 기회를 잃게 된다면 너무도 안타까울 것이다.
한편으로, 인기가 많아서 여러 드라마에 출연해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식상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결국은 시청자가 판단하고 선택한다. 식상한 연기가 반복되면 시청자가 외면하고 그것은 연기자에게 독이 되어 그의 출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새롭게 만들어 가거나, 하나의 이미지라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배우라면 시청자는 그의 출연을 얼마든지 환영할 것이다.
연속극이 많이 제작되다 보니 별다른 차별성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고, 그 전형적 역할을 소수의 배우들이 돌아가며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해서 연기한다면 한국 드라마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우리가 염려해야 하는 것은 차별성 없는 드라마의 양산이다. 또한 인기가 좀 있다 해서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재생하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아무리 드라마를 좋아한다 해도 똑같은 배우의 똑같은 연기를 보고 싶은 시청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연기자들이 얼마나 많이 출연하든지, 어떻게 연기하든지 시청자의 엄격한 선택의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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