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메르스…멀어지기만 하는 중동 이대로 괜찮나"
중동전문가 이희수 한양대 교수 "균형적 인식체계 절실"
"신라 금성 표기 추정되는 14세기 이슬람 제작 지도 발견"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6 10:27:18
"IS·메르스…멀어지기만 하는 중동 이대로 괜찮나"
중동전문가 이희수 한양대 교수 "균형적 인식체계 절실"
"신라 금성 표기 추정되는 14세기 이슬람 제작 지도 발견"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 내에 존재해온 이슬람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공고해지리란 우려가 적지 않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나날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의 존재 또한 우리에겐 낯설기 그지없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 내의 대표적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는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및 앞서 지난 15일 광화문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동에 대한 균형잡힌 인식 체계를 갖추는 일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표현은 아프리카의 에볼라, 에이즈 등과 함께 제3세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메르스로 굳어져는 듯 해 다행이지만, 언론도 보다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동 알리기 전도사를 자처해온 이 교수. 그는 우리 사회가 미국과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서 어느 정도 중심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해왔다. 서구와는 적대적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이슬람권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곧 우리가 좀 더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데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된다는 지론이다.
"30년간 중동 지역 전문가로서 현장을 직접 살피는 일을 계속해왔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친미와 반미를 놓고 벌여온 이데올로기 논쟁을 뛰어넘어 새로운 인식체계를 갖추는 일이 긴요해졌다."
서구 중심의 미디어들은 중동에 대한 온전한 시각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그의 지적은 날카로우면서도, 우리 사회의 관성적인 통념에 입각해 보면 '이단적'으로 들리기조차 한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들에 균형적 시각을 갖춘 칼럼니스트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자국의 이익 앞에선 프레임의 한계를 보인다. 우리는 어떤가.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턱없이 부족해 우리 인식체계의 프리즘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적 메커니즘을 갖지 못한 실정이다."
중동과 이슬람권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효용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그는 서양과 동양, 한국사 간 격벽을 치고 소통하지 못하는 학계의 한계를 우선 지적한다.
"서양과 동양사만 있고 중간 세계가 없다. 역사가 암기 과목으로 전락하고 풍성한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 교수는 그리스와 함께 페르시아, 로마와 파르티아, 동로마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를 동급에 두고 함께 연구와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리스와 로마 문명이 독자적으로 발전했다기보다는 중동 지역의 페르시아, 파르티아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을 이뤘다는 점, 또 문명의 업적들을 잘 계승해 후대 유럽의 르네상스기 문명 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점 등도 너무 간과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메카에서 어떻게 이슬람 문명의 기반이 만들어졌을까? 우리가 가르치는 피상적 세계사로는 이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왕이 벌인 정복사업이 헬레니즘을 만들었다는 건 철저히 역사적 허구다. 당대에 끝난 정복사업의 의의엔 주목하면서 500년 제국을 유지한 파르티아가 동서양 문명의 연결에 기여한 역할은 '공백'으로 두는 게 우리 현실이다."
고구려 무용총에 등장하는 반대 방향으로 활을 쏘는 기수의 그림은 당시 파르티아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 같은 활쏘기 자세는 학계에선 '파르티안 샷'으로 널리 공인된 것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파르티아는 중국인에게 '안식국'이었다.
이슬람 제국은 무려 350만권에 이르는 필사본 기록을 남겼다. 이 가운데에는 우리 고대사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상당한 사료들이 남아 있다.
이 교수는 특히 구전 서사시 형태이다가 10세기에 필사본으로 제작된 '쿠쉬나메'의 기록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신라로 진출한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 공주와의 로맨스 등 신라에 관한 상세한 기록을 담고 있다. 820쪽 분량 중 500쪽 가량이 신라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한다. 지난 2월 그 번역 성과를 일부 모아 축약과 해제 형태로 출간했다.
"국내엔 이를 번역할 인력이 없다. 그래서 이란 내에서도 고전 번역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게 번역을 부탁해 5년째 작업해오고 있다. 내년말 유럽 유수의 출판사에서 영역 완역본을 출간할 계획이지만, 최근 재원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0월 이란에서 신라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14세기 제작된 세계지도책을 발견했다. 책에서 서술한 신라에 관한 내용은 그간 이슬람권에서 바라본 신라의 인식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지도엔 '신라'(Silla) 대신 '강데지'(Kangdej)라는 특이한 지명이 등장한다.
이 교수는 "옛 페르시아어로 '강'은 '금'(金)을, '데지'는 '성'(城)을 뜻해 금성을 이같이 표기한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며 "금성 표기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신라에 대한 당시 인식의 폭을 드러내는 새로운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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