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세 료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즐거운 일 벌여봤죠"
한일 합작 '한여름의 판타지아' 주연배우 내한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5 18:46:36
이와세 료 "친구들과 한마음으로 즐거운 일 벌여봤죠"
한일 합작 '한여름의 판타지아' 주연배우 내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11일 개봉한 한일 합작 '한여름의 판타지아'(감독 장건재)는 화장기 하나 없이 말간 민 낯을 드러내는 단아한 영화다.
'별다른 게 없고, 별다른 게 없어서 좋은 곳'인 일본 나라현 고조시로 흘러들어온 한국인들과 그곳에서 저마다 삶을 꾸리며 사는 현지인들은 우연히 만나 특별한 인연을 맺어 나간다.
1, 2부의 두 가지 이야기로 나뉘어 있는 이 영화에서 한때 배우를 꿈꿨던 공무원과 감을 재배하는 청년이라는 두 역할을 연기한 일본 배우 이와세 료(34)가 한국을 찾았다.
15일 오후 종로구 통인동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이와세는 합작 영화라는 부담감 없이 친구들과 즐거운 일을 벌인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한국영화에 출연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장 감독님과 친분이 있으니 친구들과 재밌는 일을 벌여본다는 의미가 더 컸어요. 이전부터 영화 같이 찍자는 얘기는 했었고, 이번에는 영화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태로 기획서 정도 읽어보고 출연하게 됐죠."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 모인 제작진이 한마음으로 작품 한 편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것은 평소 자신이 출연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한국과 일본의 스태프가 절반씩 있었지만, 다 같이 좋은 완성품 만들어내자는 것 하나에 집중해 '일체감'으로 일을 했기에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저는 작품을 고를 때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기보다는, 출연진과 제작진이 하나가 돼 찍고 있다는 일체감을 느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나라국제영화제의 제안으로 한일 배우와 스태프가 공동으로 참여한 가운데 영화를 만들게 된 장 감독은 2부 이야기를 사전에 써둔 시나리오 없이 현지 1부를 찍으면서 거의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다.
여배우 김새벽은 1부에만 출연한다고 알고 있다가 2부까지 촬영이 연장됐고 이와세 역시 2부에는 '출연한다는 사실 정도만' 아는 상태로 준비 기간이 거의 없이 촬영을 시작했다.
"외형적인 것은 감독님으로부터 주문받은 게 있었지만, 인물의 내면을 만들어가는 부분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했습니다. 촬영하는 순간순간 집중해서 하다 보면 캐릭터가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와세가 맡은 역할은 1부에서는 도쿄에 살며 배우의 꿈을 키웠던 적이 있지만 지방 작은 도시 고조에 자리를 잡은 공무원 유스케이며 2부에서는 우연히 만난 혜정에게 호감을 품고 그와 골목골목을 누비며 사랑에 빠지는 농사꾼 유스케다.
이들은 같은 이름을 쓰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짧은 시간에 이와세는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그 덕에 두 인물은 마치 다른 사람이 연기한 듯 다른 인상을 풍긴다.
"제가 연기할 때 제일 중시하는 것은 어떤 것에든 '유기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입니다.그 인물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이런 말과 행동을 할까, 상대 배역의 말과 행동에 왜 이렇게 반응할까, 그에 집중해 연기를 합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우연히 만난 혜정과 유스케가 잡힐 듯 말 듯한 감정을 싹틔우는 장면들이다.
유스케가 혜정을 향한 마음을 내비치는 술집에서의 대화, 혜정 역의 여배우 김새벽에게는 알리지 않고 감독과 이와세만 아는 상태에서 촬영한 키스신 등에서는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강하게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새벽씨와 사이가 좋았어요. 어느 순간 유스케와 거리를 두려는 혜정 역에 맞게 새벽 씨가 현장에서 저한테 거리를 두려고 한 적이 있는데, 신뢰가 있었기에 그런 느낌을 알아채고 맞춰주기도 했습니다."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방한을 취소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후회하지 않으려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제 지인들도 안 가는 게 낫지 않냐고 말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애착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한국에 가서 혹시 전염병에 걸리더라도, 만약 오지 않았더라면 느꼈을 후회가 더 컸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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