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연주할 땐 애정·시간·인내심 필요하죠"
첫 내한공연 하는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5 10:47:26
△ <<ⓒSussie Ahlburg/LG아트센터 제공>>
"슈베르트 연주할 땐 애정·시간·인내심 필요하죠"
첫 내한공연 하는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라두 루푸, 알프레드 브렌델, 머레이 페라이어 등 슈베르트 피아노곡의 여러 대가 사이로 서서히 빛을 발한 숨은 명연의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66)가 이달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슈베르트 전문가로 꼽히는 영국 피아니스트로, 20대 초 이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알프레드 브렌델을 찾아가 슈베르트를 배우고 자신만의 해석을 확립했다.
뛰어난 기교와 시적인 연주, 특히 슈베르트와 모차르트로 명성이 높지만 최근에는 슈만과 브람스 연주에서도 호평받고 있다.
15일 이메일로 먼저 만난 쿠퍼는 슈베르트의 매력으로 "인간미, 인간 심리의 모든 면을 통달한 통찰력, 듣는 이의 마음속 깊게 남는 선율을 쓸 수 있는 역량"을 꼽으면서 그의 음악을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에 대한 애정과 시간, 인내심"이라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음악은 진정 연주해내기 어렵습니다. 그의 대곡에서는 아주 미세한 템포 변화를 조절하는 것도 어렵죠. 음색에도 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긴 호흡을 소화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데, 슈베르트 대곡 소나타들은 40분이나 돼서 집중력과 감정조절에 부담이 됩니다. 컨트롤하려면 다년의 시간이 필요하죠."
음악평론가인 아버지와 아마추어 가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쿠퍼는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갖고 놀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5살부터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웠고 12살에 음악공부를 위해 홀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음악원에서 수학했다.
"파리 유학 중이던 10대에 슈베르트와 처음 만났어요. 그때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연주하는 현악5중주와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가 노래하는 가곡 음반을 들으면서 뭔가에 꽂혔죠. 그때 슈베르트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작곡가가 되리라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쿠퍼는 20대 초반에 오스트리아 빈으로 알프레드 브렌델을 찾아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중심으로 7주간 함께 공부하면서 단순한 피아노 기교를 넘어 작곡가의 의도와 곡의 핵심 정서를 파고드는 음악가 정신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후 그는 브렌델과 사제지간을 넘어 음악 동료로 교감하며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등을 녹음했고, 슈베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D.940을 파리에서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브렌델은 위대한 예술가이면서 굉장히 설득력 있는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슈베르트를 공부하기 위해 그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지만, 빈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슈베르트를 배우기 시작했죠. 브렌델 자신도 슈베르트 후기 소나타 곡들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는 나도 그와 함께 연구하기를 강하게 원했어요. 그는 내게 정직하고 차분하게 판단하면서 듣는 법을 가르쳤고, 악보를 제대로 보면서 악보에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도록 가르쳤습니다."
쿠퍼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12곡의 독일 춤곡, 피아노 소나타 A장조와 쇼팽의 뱃노래, 슈만의 유모레스크를 연주한다.
"이 프로그램을 구성한 이유는 순전히 이 작곡가들과 작품에 대한 제 깊은 애정 때문이에요. 쇼팽과 슈만은 서로 알던 사이였죠. 슈만은 슈베르트를 매우 존경했습니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더 넓은 관객을 만나게 된 데는 슈만의 공이 컸어요. 그들 사이에는 아름다운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쿠퍼는 어릴 적부터 이름을 날린 '천재' 연주자라기보다 서서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명성을 얻은 대기만성형 연주자다.
"네. 저는 늦게 빛을 보게 된 경우가 맞습니다. 저는 그 점을 기쁘게 생각해요. 신동의 삶은 복잡할 수 있죠. 아주 어릴 적부터 성공하게 되면 자신의 직종에 피로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업을 계속 이어왔고 삶의 경험도 많이 쌓았죠. 음악을 나누는 데 더 풍요로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결국 즐거움, 두려움 등 인생의 모든 감정을 아우르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을 겪어온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요."
그는 "진정한 음악인은 음악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갖고 있다"며 "저는 그 누구도 모방하고 싶지 않고, 작품을 새롭고 독창적으로 풀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음악인으로서 제 목표는 연주하는 곡의 풍부한 감성과 감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청중들이 연주장 밖을 나설 때 흥분, 편안함, 혹은 좋은 의미의 충격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닙니다. 음악의 경이로움은 연주자, 관객, 작곡가 모두의 가장 깊은 내면에 닿을 수 있다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내면을 엔터테인먼트로만 채우려고 하는 것은 낭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공연은 오는 21일 LG아트센터. 관람료는 4만∼8만원. 문의 ☎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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