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책의 만남> 우리 시대에 경종 울리는 '멋진 신세계'
편집부
news@bujadongne.com | 2015-06-15 06:00:08
우리 시대에 경종 울리는 '멋진 신세계'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1932년작 '멋진 신세계'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더불어 산업화 시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디스토피아'의 음울한 미래상을 비판한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오웰의 '1984'가 통제와 감시라는 가시적 폭력에 주목한 반면, 헉슬리는 인간의 욕망과 자유의지를 보다 정교화한 기제로 통제하고 길들여내는 '효율적' 권력자들을 그려낸다.
소설가이면서 국내의 대표적인 영미권 번역가로 꼽히는 안정효씨가 '멋진 신세계'와 함께 헉슬리가 자신의 전작을 토대로 미래 문명의 위험성을 열거하고 비판한 1958년작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를 새롭게 번역해 출간했다. 출판은 소담출판사가 맡았다.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는 전작인 '멋진 신세계' 출간후 26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설 속 미래 세계의 현실화 가능성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 에세이 형식이다.
이들 연작을 통해 헉슬리가 보여주는 미래사회의 실상은 오늘날 한국사회에 왠지 모를 불편한 기시감을 안긴다. 안정효씨는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가 마치 지금의 남북한을 헉슬리가 미리 와서 보고 분석해놓은 예언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출간된 지 각각 83년과 57년이 지났지만 헉슬리의 예리한 통찰과 서늘한 예언은 바로 동시대 우리를 지목하듯 생생하다. 우리가 '고전'(古典)을 읽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멋진 신세계'의 줄거리
헨리 포드가 T형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해낸 해를 기원으로 삼은 시대의 세계국.
사람들은 알파와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까지 다섯 계급으로 나뉘어,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량 생산된다. 이들은 반복적인 수면학습과 전기충격의 세뇌를 거쳐 자신들의 역할과 신분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정해진 노동시간 이외엔 자극적이고 단순한 오락들로 시간을 때운다. 환각과 쾌락을 안기는 '소마'는 이들의 상비약이다.
누구도 불만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 어느날 보호구역에서 거주하는 야만인 '존'이 초대된다. 그는 놀라운 과학문명에 경탄하지만, 점차 순응과 거짓된 행복에 안주하는 이들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고통'과 '불행'을 찾아 홀로 외딴 등대로 떠난다.
◇ "자유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
"내가 그린 세계는 너무 빨리 왔다." 헉슬리는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에서 인구과잉 시대의 미래상을 자신의 눈으로 들여다본듯 그려낸다.
대량 생산과 소비로 인해 정부와 기업에 집중되는 권력, 심리조작과 암시, 선동, 세뇌 기제의 만연, 사람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행태 등 그가 제시한 예측들은 바로 현대사회의 단면들과 맞닿아있다.
그는 이 같은 미래상에 대처하기 위해 인구 조절과 분권화 등을 대안으로 내세우며, 특히 자유정신과 그 교육을 강조한다.
헉슬리는 "윤리적 자유와 관용, 상호 박애의 가치관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한다"며 "파괴적이고 거짓된 악성 선전의 궤변을 꿰뚫어볼 수 있는 체계적인 언어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미래상도 없지 않다. 역자의 표현에 따르자면 '기계문명'인 컴퓨터와 전자통신, 또 양방향 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미디어 독점이 완화되는 듯 보이는 현상 등이 그렇다.
하지만 미디어의 난립을 통해 유언비어와 선전, 선동이 더욱 난무하는 현실을 보면, 이 또한 그의 예언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안정효는 역자 후기를 통해 "국민이 정치와 축구와 휴대전화의 손바닥 세상 말고는 다른 어떤 언어도 모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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